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해킹을 못 하게 만든 게 암호화폐 아닌가?
그런데 요즈음 암호화폐 해킹 뉴스가 심심찮다. 첫 번째로 이해 못 할 일이다.
국내 암호화폐 4대 거래업체인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1, 2위 업체인 업비트와 빗썸은 해킹 사고를 겪었다.
3, 4위 업체인 코인원과 코빗은 더 허술할 것 같은데, 설립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다.
왜 업비트와 빗썸에서만 그런 해킹사고가 생겼는지?
보안 기술상 해킹이 불가능하다는데…두 번째로 이해 못 할 일이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업체인 업비트에서 2019년 국내 최대 해킹 사고로 586억 원이라는 뭉칫돈이 사라졌다.
그런데 삼성그룹도 놀랄 ‘전광석화 같은 조치’가 뒤따랐다.
회사에서 그 돈을 즉시 채워 고객 피해가 전혀 없도록 조치했다고 재빨리 발표했다.
경찰은 사고 발생 이후 2년 넘게 수사를 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감감무소식이다.
더는 안 할 것 같다. 세 번째로 이해 못 할 일이다.
한마디로 국내 1위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가 가장 이해 못 할 곳이라는 얘기다.
이렇다 보니 떠도는 풍문도 끊이지 않는다.
업비트를 해킹한 곳은 북한이 아니냐? 암호화폐를 통해 미국 몰래 북한에 돈을 보내준 거 아니냐?
북한이 해킹하기 수월하게끔 업비트가 문을 열어준 게 아니냐?
해킹 문제가 더 이상 불거지지 않게 즉각 손실을 보상해준 게 아니냐?
업비트의 해킹 사고 발생 전후, 문재인 정부의 ‘이상한 동행’도 이런 의혹을 키운다.
문 대통령이 2019년 6월 초 핀란드 헬싱키를 순방했을 때다.
‘한국-핀란드 스타트업 서밋’에 업비트 이석우 대표가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당시는 청와대 전체가 거의 북한에만 신경을 쓸 때다.
2018년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판문점 도보 다리 단독 회담을 했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USB를 건네줘 화제가 됐다. 5월에는 예고 없이 판문점 통일각에서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했다.
6월에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 싱가포르 회담이 열렸다. 문 대통령이 중재자로서 많은 역할을 했다. 9월에는 문 대통령이 아예 평양으로 가 3차 회담을 했다.
그런데 2019년 2월 베트남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회담장을 뛰쳐나오는 예상치 못한 돌발 사태가 벌어졌다.
김정은도 받는 것 하나 없이 회담만 자꾸 하는 정치쇼에 불만이 커졌다.
오비이락일까. 문 대통령은 서둘러 핀란드 등 북유럽 3국 순방길에 올랐다.
핀란드 헬싱키는 과거 냉전 시대에 북한이 마카오와 함께 스파이 활동을 가장 활발히 했던 곳이다.
핀란드가 스타트업 강국이니 뭐니 하는 그럴듯한 순방 배경 설명은 많았지만, 결론은 뜬금없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6월 말 트럼프와 김정은의 판문점 3차 북미정상 회담이 열렸다.
놀랍게도 이대표가 문 대통령의 핀란드 순방에 동행한 지 5개월 뒤, 업비트에서 이해 못 할 초대형 암호화폐 해킹 사고가 터졌다.
이더리움 34만 개(586억 원어치)가 중국계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후오비로 들어간 정황이 포착됐다.
가장 많이 옮겨진 바이낸스선 모두 125차례에 걸쳐 이체가 이뤄졌다.
그중 2만 개(37억 원 규모)는 세계 27개 거래소를 거쳐 자금 세탁한 사실도 밝혀졌다.
탈취된 이더리움이 동일한 지갑으로 반복 입금돼, 해커가 아무 제재 없이 계속 자금세탁을 해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우뚱한다.
미국의 눈초리는 더 따갑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며 위협할 때마다 미국은 암호화폐 해킹을 거론하고 제재한다.
북한은 국제적인 경제제재 이후 암호화폐 해킹에 전력을 쏟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북한이 암호화폐를 탈취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업비트를 암호화폐 ‘1호 거래소’로 9월말께 허가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와 기업 관계도 ‘기브 앤 테이크’라면, 업비트가 이번에 그 테이크를 받게 되지 않을까?
잊혀진 업비트의 해킹 사고를 복기해보면 이런 합리적 의심으로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K-방역은 ‘문 열어 놓고 모기 잡는 격’이라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암호화폐 해킹도 문 열어 놓고 당한 게 아니었으면…
최로엡 loep@score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