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창에 갇힌 ‘자낳괴?’…에이즈약 특허권으로 56배 폭리

한때 알바니아계 젊은 천재로 유명했던 미국인 마틴 슈크렐리(37)가 돈을 버는 법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는 월가의 펀드매니저로 일하다가 제약사 튜링(지금은 바이에라로 회사 이름을 세탁함)을 만든 뒤,

2015년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다라프림이라는 제약 특허를 취득했다.

이 약은 많이 쓰이는 약은 아니지만 에이즈, 암 환자나 임산부 등에게는 꼭 필요한 ‘희귀 기생충 감염 치료 약’이다.

특허가 만료돼 대형 제약사들이 복제약을 만들어 팔 수도 있지만 워낙 수요가 적어 수익성이 없기 때문에

시장에서 외면당한 약이다.

이런 독점적인 시장구조를 간파한 슈크렐리는

한 알에 15달러이던 다라프림을 50배 이상 올려 750달러씩 팔아 폭리를 취하기 시작했다.

거대 제약사들이 희소질병 치료 약에 대해 폭리를 취하는 전략은 흔하지만

슈크렐리 방식은 해도 해도 너무해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자낳괴)’이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여론이 들끓자 미 의회는 2016년 슈크렐리를 불러 청문회(아래 사진)까지 열었다.

*사진출처=c-span캡처

그는 이 자리에서 “나는 폭리를 취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를 따른 것뿐”이라는 조롱 섞인 답변만 반복했다.

보다 못한 의원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약값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가는 데 웃음이 나오냐”고 힐난했다.

하지만 그는 청문회가 끝난 뒤 “이런 얼간이들이 국민을 대표하는 것이 한심하다”라고 트위터에 반박 글을 올리기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버르장머리 없는 자식”이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법적으로는 딱히 그를 응징할 방법이 없었던 미국 사회는

그가 헤지펀드, 바이오 회사를 운영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친 금융 사기죄를 포착해

소위 말하는 ‘별건’으로 그를 기소했다. 미국 법원은 징역 7년 형을 선고했지만 거액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자본주의의 허점이었다. 이후 자신을 비난한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보복으로

트위터에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져오는 사람에게는 5000달러를 주겠다고 조롱했다가 보석집행이 정지되기도 했다.

슈크렐리는 문제아로 성장기를 보낸 뒤 천재적 두뇌를 이용해

펀드매니저를 하면서도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큰돈을 벌었다.

또 그는 미국의 전설적인 9인조 힙합그룹 우탱 클랜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앨범을 구입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두 장의 CD에 담은 <Once Upon a Time in Shaolin>이 2014년 경매에 부쳐지자  200만 달러(약 23억 원)를 주고 샀다.

그는 스트리밍 금지(취득 조건 중 하나)를 선언해 ‘독점’하는 방식으로 소유했다.  88년간 저작권이 유효해 팬들이

여기에 담긴 우탱 클랜의 힙합을 죽기 전엔 들을 수 없게 만들었다. 다라프림 약 같은 방식의 돈벌이를 생각했다.

그러나 이 CD도 마틴 슈크렐리가 증권사기 및 음모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미국 연방법원으로부터 재산을 몰수당해  경매에 부쳐져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

최근 미 연방법원에 ‘의약 협잡꾼’으로 또다시 제소당한 슈크렐리는

그간 다라프림 폭리로 얻은 총 6460만 달러(약 767억 원)를 몰수하는 판결을 내렸다.

특히 데니스 코트 연방 판사는 그가 남은 일생동안 제약산업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례적인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자낳괴)인 슈클렐리의 종말은 이렇게 끝나는 듯하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악마같은 그가 언제 부활할지,

아니면 제2, 제3의 자낳괴가 또 어디에서 출현할지 모를 일이다.

최로엡 loep@score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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