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세 노모와 아픈 친척을 돌봤던 60대 여성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뜨면서 4명에게 장기를 기증했다.
24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뇌사상태였던 길금자(67) 씨가 지난 11일 인하대병원에서 신장과 간, 좌우 안구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길씨는 지난달 23일 교회에 갔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 이송된 뒤 뇌사상태에 빠졌다. 유족은 ‘죽으면 흙으로 가는데 마지막 길에 다른 이를 살리고 싶다’는 고인의 평소 뜻을 따르기 위해 기증을 결심했다.
고인이 쓰러진 것은 생일 하루 전으로, 그는 결국 병상에서 마지막 생일을 보냈다.
유족에 따르면 길씨는 충남 금산에서 4남 2녀 중 장녀로 태어나 어린 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를 도와 동생 5명을 돌봤다.
노모가 치매 증상을 보인 후 집으로 모셔 어머니가 103세가 된 지금까지도 챙겨왔으며, 이웃에 사는 친척이 거동이 불편해지자 14년 넘게 식사와 집안일을 돕기도 했다.
길씨 자신도 젊은 시절 연탄을 갈다 몸 전체에 3도 화상을 입었고, 인공관절을 해서 거동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독거노인을 위한 김장 봉사를 하는 등 나눔과 봉사를 쉬지 않았다고 했다.
딸 이주하 씨는 “엄마 딸로 살 수 있어서 고맙고 행복했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13년 전 교통사고로 먼저 세상을 떠난 남동생과 어머니가 하늘에서 재회하길 기원했다.
차재희 기자(jhcha@scorep.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