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청년 특별공급’이 평균 5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 중인 가운데, 당첨자를 선정하는 가점 기준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득요건이 ‘재직자’보다는 ‘퇴직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돼서다. 청년들은 “회사 생활을 하다 최근 퇴직한 퇴직자들끼리의 만점 경쟁이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작년 12월 첫 선을 보인 새 정부의 공공주택 ‘뉴:홈’ 나눔형에서 청년에게도 특별공급 물량을 배정했다. 그간 부양가족이 없어 주택청약에서 소외됐던 청년들에게도 내집마련의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도입한 것이다.
청년들의 내집마련 예상보다 더 뜨거웠다. 이번에 공급된 고양창릉·양정역세권·고덕강일3 나눔형 특공에서 청년 특공은 58.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신혼부부(9.1대 1), 생애최초(8.6대 1)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특히 고덕강일3 경쟁률은 118.3대 1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청약 신청자들이 당첨 가능성을 예측하는 과정에서 ‘소득에 따른 가점 기준’이 도마에 올랐다. 소득이 낮을수록 높은 가점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인데 ‘퇴직자’의 경우 퇴직 전 소득이 아무리 높았어도 퇴직 후 소득이 없으면 만점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돼서다.
모집공고에 따르면 청년특공 물량의 30%는 5년 이상 소득세를 납부했으면서 현재 근로 중이거나 퇴직한 지 1년이 안 된 청년에게 우선공급된다. 경쟁 시 가점이 높은 순으로 입주자를 선정하는데 해당 지역에 2년 이상 거주(3점)했고 청약통장 납입횟수가 24회 이상(3점)이라는 가정 하에 만점(12점) 받으려면 월평균 소득이 도시근로자 평균의 70%(224만원) 이하여야 한다.
입사 6년차인 직장인 월급이 224만원을 밑돌아야 한다는 것인데 지난해 중소기업 대졸 신입사원 평균 초봉이 평균 2881만원(월 240만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쉬운 일은 아니다. 최근 1년 안에 직장을 퇴사했다면 근무한 기간의 소득을 합산해 일할 계산한다.
하지만 과거 5년 이상 근무하다 퇴직한 지 1년이 넘었을 경우에는 잔여공급(우선공급 30% 제외한 나머지 70%)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다. 월평균 소득이 0원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에 2년 이상 거주(3점)했고 청약통장 납입횟수가 24회 이상(3점)이라는 가정 하에 근로기간 소득세 납부가 5년 이상(3점)이면서 월평균 소득이 70% 이하(3점)이기에 총 12점 만점을 받는다.
청년특공 당첨자는 가점이 높은 순으로 선정된다. 퇴직자들의 만점 싸움이 될 것이란 예상에 재직자들은 울분을 토한다. 애초에 비현실적인 소득조건이 이같은 부작용을 만들었다는 의견도 있다.
한 30대 청약 신청자는 “연봉 3000만원을 받으면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재직자는 만점이 안되는데, 억대 연봉을 받다가 잠시 쉬고 있는 퇴직자는 만점이 되는 구조”라면서 “정부가 이런 불합리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청약자는 “입사 5년차에도 월소득이 224만원이 안되는 청년들이 감당하기에는 분양가 자체가 너무 높다”며 “애초에 소득이 낮은 순으로 주택을 공급한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차재희 기자(jhcha@score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