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중국 헝다그룹 ’세계 금융시장의 시한폭탄‘이라고?

추석 연휴 기간 세계 주식시장과 국제 원유, 가상화폐 비트코인 값이 요동을 쳤다. 중국 부동산개발업

체인 ’헝다그룹(China Evergrande Group)발 리스크‘ 때문이었다. 현재 세계 주식시장에 상

장된 부동산 업체 중 가장 큰 부채를 떠안고 파산할 가능성이 커 긴장하는 시장 분위기다.

 

2008년 9월 과도한 주택담보 모기지론으로 파산해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리먼브러더

스 사태와 비슷한 흐름을 보여 금융시장이 더 예민해진 측면도 있다.

 

헝다그룹은 컨트리가든에 이은 중국 2위의 부동산 개발업체로서 주로 고급 아파트를 지어 팔

고 있다. 농촌 가정에서 태어난 쉬자인(63) 회장이 시멘트, 철강회사에서 근무하다 1997년 설

립한 회사다. 블룸버그의 억만장자 추정 지수에 따르면 세계 253번째 부자(98억 달러)로 중국

내에선 세 번째로 손꼽힌다. 현재 240개 도시에서 700개 이상의 부동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잘나가던 헝다그룹이 문제가 생긴 것은 중국 정부의 주택 가격 안정 정책 때문이다. 주민 소

득과 비교해 집값이 너무 치솟아 심각한 사회 불안을 조장한다며 규제를 시작했다.

 

‘주택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기하는 곳이 아니다.’

중국 정부가 내세운 구호다. 그런데도 주택 가격이 계속 치솟자 극단의 조치를 내놨다. 부

동산 개발업체들이 은행에서 자금을 차입하지 못하도록 돈줄을 조였다. ‘3대 레드라인’을 발표

해 자산 부채비율 등을 따져 신규 대출을 막았다. 부동산 시장이 급랭했다. 올해 들어 274개

부동산 업체가 무너져 하루에 한 개꼴로 파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전기자동차, 축구구단 사업 등 문어발식 확장을 하던 헝다그룹은 부채만 355조 원에 달해 코

너에 몰렸다. 회사채 거래도 중단됐다. 공사대금을 줄 수 없게 되자 페인트 협력사인 산커슈

에 현금이 아닌 빌딩 3개를 대신 가져가라고 제안할 정도다.

 

그런데 아무리 들여다 봐도 헝다그룹 파산이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 같은 세계적인 금융

위기로 번질 단서를 찾을 수는 없다. 일시적인 충격이거나 중국 내 국지적인 리스크라는 시각

이 더 합리적이다.

 

파산 규모로 따지면 리먼브러더스 때는 700조 원이었다. 헝다그룹은 그 절반인 355조 원이

다. 세계 금융시장 규모로 보나, 개선된 첨단 금융 리스크 관리기법으로 보나 13년 전과 지

금의 두 회사를 같은 수준에 놓고 견주기도 무리다.

 

또 리먼브러더스는 금융회사이고, 헝다그룹은 건설회사다. 둘 다 주택채무 문제라는 공통점

은 있지만 파장의 크기가 다르다. 150년 된 세계적 투자회사였던 월가의 리먼브러더스는 일반

기업과 달리 파급력이 안 미치는 곳이 없었다. 금융회사는 자기자본보다 타인의 돈을 유치한

뒤 투자하면서 수수료를 얻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청산 과정에서도 금융자산의 매도로 시장이

요동치기 일쑤다.

헝다그룹도 만만치는 않다. 현재 150만 명에 이르는 아파트 구매자의 선수금을 떼일 전망이

다. 수많은 협력업체도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지적인 중국 내 문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헝다그룹 주식은

연초에 17.0홍콩달러였으나 최근에는 3.7홍콩달러로 폭락했다. 그렇지만 세계 금융시장을 쥐

락펴락할 위력은 아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달러채(약 31조 원) 발행 때문에 세계 금융시장

이 흔들릴 것이라는 분석도 규모 면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투자 전문잡지인 배런스는 “상장기업들의 수익 악화로 연말까지 15%의 주식가격 조정요인이

있었다”며 “헝다그룹 파산 리스크는 시장변동의 여러 핑계 중 하나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중국 정부는 헝다그룹이 파산해도 대마불사 기업 같은 수습책으로 지원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중국 정부가 헝다그룹 파산의 리스크는 자국 내 금융시장이나 건설시장에서 통제 가능한 수

준이라는 판단임이 분명하다. 헝다그룹 대출 규모는 중국 은행 전체의 0.3%라는 지적도 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 경제는 아무리 큰 업체라도 밉보이면 쉽게 없애고, 예쁜 기업을 새로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한마디로 중국 헝다그룹 문제는 ’흔한 시장 불확실성‘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리스크를 회피

하는 과정에서 세계 주식시장과 국제 원유시장, 비트코인 시장이 일시적으로 출렁이는 것으로

봐야 한다. 시장은 어떤 불확실성이 생기면 투자수익보다 리스크를 회피하는 속성이 더 우선

하기 때문이다.

 

최로엡 loep@scorep.net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