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조롱’ 논란에 휩싸인 홍콩 최대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이 최고경영자까지 나서며 고개를 숙였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로널드 람 캐세이퍼시픽 CEO는 성명을 통해 중국 본토 승객들에 대해 차별적인 발언을 한 승무원들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람 CEO는 “회사의 정책과 행동 강령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에 대한 무관용 접근 방식을 반복하고 싶다”며 “이런 위반에 대해서는 타협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는 지난 이틀간 캐세이퍼시픽이 한 세 번째 사과다.
앞서 캐세이퍼시픽은 회사 명의의 성명을 통해 관련자들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사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히며 사과문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여론이 잦아들지 않자 몇 시간 만에 람 CEO가 직접 성명을 내고 사과에 나섰다.
이 논란은 앞서 21일 CX987편에 탑승했던 한 승객이 소셜미디어에 승무원들이 승객을 험담하는 음성이 녹음된 동영상을 올려 시작됐다.
공개된 녹음파일에 따르면, 당시 승무원들은 영어로 담요(blanket)를 몰라 카펫(carpet)을 달라고 말한 한 승객에게 “영어로 담요를 말할 수 없다면 담요를 받을 수 없다. 카펫은 바닥에 깔려 있으니 눕고 싶다면 얼마든 누울 수 있다”고 말한다.
또 광둥어를 못 알아듣는 승객에 대해 “그들은 사람의 말을 못 알아들어”라고 조롱하는 내용이 공개됐다. 중국 표준어는 푸퉁화(만다린)이며 남부 광둥성과 홍콩에서는 광둥어를 보편적으로 사용한다.
이를 두고 중국 내부에서 거센 차별 논란이 벌어졌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는 “외국인을 숭배하고 홍콩인을 존중하지만, 본토인들은 깔본다”며 “캐세이퍼시픽은 매번 단순히 사과만 해서는 안 되고 엄중히 잘못을 시정하고 규칙과 규율을 세워야 한다”고 비판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로엡 기자(loep@scorep.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