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 11억원을 얻은 혐의로 기소된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회장(64·사진)이 11일 항소심에서 징역형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장 마감 직전 나온 법원 판결에 ‘이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 주가는 또다시 롤러코스터를 타며 급락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서승렬 안승훈 최문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이날 징역 2년에 벌금 22억원, 추징금 11억여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에코프로와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 5명은 모두 징역형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회장은 2020년 1월∼2021년 9월 에코프로비엠의 중장기 공급계약 관련 정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되기 전 차명 계좌로 미리 주식을 사들인 뒤 되팔아 11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로 지난해 5월 불구속 기소됐다. 1심은 이 회장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이 회장이 부당 이익을 환원한 점 등을 들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해 11억여원의 부당 이득을 얻고 차명계좌를 활용해 수익을 은닉했다”며 “선의의 투자자를 고려하지 않고 개인 이익을 위해 범행한 점에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또 “특히 이 회장은 기업 총수이자 최종 책임자로 다른 피고인들보다 책임이 더 무겁다”며 “이 회장이 사전에 철저히 지휘·감독했다면 다른 임직원들의 범행을 예방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실형이 선고된 이상 도주 우려가 높은 만큼 법정 구속한다”며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행위는 엄격하게 처벌하는 범죄로 본인의 행동을 되돌아보라”고 밝혔다.
이 회장 구속 소식은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주가는 장중강세를 유지하다가 이 전 회장의 항소심 선고가 나오면서 각각 4.1%, 6.78% 하락 마감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1, 2위인 두 회사를 비롯해 이차전지 관련주의 투자심리도 악화되면서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0.63% 하락 마감했다. 이차전지 관련주 엘앤에프가 전날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것도 투심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분석이다. 엘앤에프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4.2% 감소한 404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다.
이승준 기자(sjlee@score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