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쌍 분석 ‘정말 반대 성격에 끌릴까’?

“반대되는 사람끼리 만나야 잘 산대” “반대되는 사람이 끌려”

한 번쯤 들어본 적 있는 말일 것이다. 실제로 세계적인 응원을 받는 커플인 미녀와 야수도, 해리와 샐리도 서로 외형부터 취향, 성격까지 완전히 다르다. 이런 믿음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한 연구팀이 나섰다. 평균 30년을 함께한 약 1300쌍의 커플을 분석해 오랫동안, 서로에게 만족하면서 사랑을 키워낸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했다. 정말 완전히 반대되는 커플일수록 오래갈까?

◇유전적 다양성 높이려고 다른 사람한테 끌린다?
반대되는 사람에게 끌린다는 믿음은 1995년에 이뤄진 한 연구에서 확신으로 굳혀져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스위스 생물학자 클로드 베데킨트(Claude Wedekind) 박사팀이 땀 냄새 등 체취가 잔뜩 밴 남성들의 셔츠를 여성들에게 준 뒤 선호하는 셔츠를 꼽도록 했더니, 자신의 유전자와 가장 다른 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냄새를 유독 좋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때 사람도 유전적 다양성이 높은 자손을 낳기 위해 자신과 반대되는 사람에게 끌린다는 가설이 강력한 힘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각종 연구에선 외형도 성격도 비슷한 사람일수록 만족도 높게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커졌다.

◇성격 다르거나 같거나 상관없어
최근 대규모 분석 연구 결과, 놀랍게도 성격의 유사성은 커플의 만족도와 지속성에 그다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미시간주립대 성격 심리학 레베카 바이트만(Rebekka Weidmann) 박사 연구팀은 평균 30년 동안 함께한 커플 1294쌍을 대상으로 성격 유사도가 삶과 관계의 만족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에 개인의 성격, 상대방의 성격, 생활의 만족도, 상대방과의 관계, 관계 만족도 등을 구체적으로 물어봤다. 이후 심리학계에서 여러 조사와 연구로 정립한 성격 특성 다섯 가지(Big Five personality traits)로 모든 실험 대상자를 분석했다. 5가지 특성은 ▲불안정성(Neuroticism, 분노, 우울, 불안 등 부정적인 심리를 쉽게 느끼는 성향) ▲외향성(Extraversion, 사회에 의욕적이고 적극적인 성향)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 호기심, 모험심, 상상력 등이 큰 성향) ▲친화성(Agreeableness, 타인에게 이타심, 애정, 신뢰, 배려 등을 잘 보이는 성향) ▲성실성(Conscientiousness,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성향)이다. 분석 결과, 성격 유사도가 커플의 만족도와 지속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했다.

◇사랑 유통기한, 개인 성격이 좌우해
결정적인 요소는 따로 있었다. 유사성보단 개인의 성격 자체가 커플 관계와 삶의 만족도, 사랑 지속도를 좌우했다. 대부분 실험대상자가 일관적으로 더 외향적이고, 친화적이고, 성실하고, 개방적이고, 덜 부정적일수록 상대방에 대한 만족도도 삶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그중에서도 불안정성이 삶과 관계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 개방성이 미치는 영향이 가장 적었다. 개방성은 개인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컸고, 커플 관계 만족도와는 큰 연관성이 없었다.

또 성격보다도 커플끼리 상황 인식을 얼마나 비슷하게 하냐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졌다. 연구팀은 “상대방과 성격이 비슷한지 아닌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비슷하게 상황을 인식하는 건 공동 행동을 유발해 서로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차재희 기자(jhcha@score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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