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이 1일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됐다.
1심 유죄, 2심 무죄로 극명하게 갈렸던 하급심 판단이 3심에서 다시 180도 뒤집힌 것이다.
이 후보는 서울고법에서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한다. 서울고법은 대법원의 판단 취지에 기속되므로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 2심에서 추가 양형심리를 하여 형량을 다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법원의 판결이 이 후보의 대선 출마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다만, 형량에 따라 이 후보
당선 시 선거 무효 또는 당선 무효 소지가 있어 정치권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1일 열린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날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1명이 참여했고, 다수 의견에는 12명 중 10명이 동의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발언 중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 관련 골프 발언과 백현동 개발사업
발언 등 일부가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2심에 대하여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후보가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쳤다는 의혹에 관해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로 발언한 부분은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후보는 2021년 12월 29일 채널A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에서
4명 사진을 찍어가지고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공개했던데, 제가 확인을 해보니까 전체 우리 일행
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내 가지고 이렇게 보여줬더라.조작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를 ‘골프 발언’이라 한다.
대법원은 “골프 발언이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그 의미를 확정하면 ‘피고인이 김문기와
함께 간 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 ‘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피고인은 해외 출장 기간 중
김문기와 골프를 쳤으므로, 골프 발언은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의 사실에 해당한다”고 했다.
백현동 용도 변경과 관련해서도 대법원은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 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하는 지를 판단하는 기준도 제시했다. 대법원은 ‘표현의 의미’와 관련해
“표현의 의미는 후보자 개인이나 법원이 아닌 일반 선거인의 관점에서 해석해야 함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허위 사실’판단에 관해서는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에 대한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좌우할 수 없는 부수적이고
지엽적인 부분인지, 아니면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인 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했다.
앞서 이 후보는 2021년 민주당 대선후보 신분으로 방송에 출연해 김 전 처장을 모른다고 발언하고, 국정감사에 나와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 변경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2년 2개월이 소요된 1심에서는 지난해 11월 15일 이 후보의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나,
지난 3월 26일 열린 2심에서는 이 후보의 발언이 ‘인식’ 또는 ‘의견 표명’에 불과하므로 처벌할 수 없다며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이 배당된 지난달 22일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당일 곧바로 합의기일을 진행하는 등 2심 선고 후
36일 만에 상고심 선고까지 빠른 속도로 매듭지었다. 이같은 신속한 상고심 진행은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초부터 강조한
‘6·3·3 원칙’을 준수하고 대선 시기 사법부의 정치개입 논란을 초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6·3·3 원칙’은 선거법 사건 재판은 1심 6개월, 항소심 3개월, 상고심 3개월 안에 끝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규정이다.
선거법 상 후보 등록일이 지나면 정당은 설령 후보자가 사퇴하더라도 다른 후보자를 등록할 수 없다.
김주용 기자 jykim@score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