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의 미국 여자 프로골프(LPGA) 투어 우승에 도전했던 이일희(37)가 마지막 홀까지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인 끝에 1타 차로 아쉽게 준우승했다.
이일희는 9일 미국 뉴저지주 시뷰 베이코스(파71·6070야드)에서 열린 숍라이트 LPGA 클래식(총상금 175만달러) 최종 3라운드를 제니퍼 컵초(28·미국) 등 공동 2위에 1타 앞선 단독 선두로 출발했다. 버디 6개, 보기 3개로 3타를 줄인 이일희는 최종 합계 14언더파 199타를 기록, 이날 5타 줄인 컵초(15언더파)에게 1타 차 우승을 내줬다.
이일희는 7번홀(파3)까지 보기만 3개 기록해 우승 경쟁에서 멀어지는 듯했으나, 9번홀(파5)부터 버디만 6개 잡아내며 컵초를 추격했다. 이일희는 1타 차까지 따라잡은 18번홀(파5·472야드)에서 투온에 성공해 이글 기회를 만들었지만 이글 퍼트가 살짝 빗나가면서 버디로 마무리했다. 컵초가 2.4m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우승을 확정했다. 3승(메이저 1승 포함)을 올렸던 2022년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우승을 추가한 컵초는 투어 통산 4번째 우승을 달성하며 상금 26만2500달러(약 3억5700만원)를 받았다.
이번 대회는 이일희가 통산 200번째 출전한 LPGA 투어 대회였다. 10위 안에 든 것은 2016년 9월 레인우드 클래식 공동 9위 이후 8년 8개월 만, 컷 통과는 2023년 10월 어센던트 LPGA 73위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2010년 LPGA 투어에 데뷔한 이일희는 2013년 퓨어실크-바하마 클래식에서 한 차례 우승했다. 어깨 부상에 시달리면서 출전권을 잃어 2019년 이후 이번 대회까지 7년간 LPGA 투어 대회 출전은 20번에 불과하다.
현재 세계 랭킹은 1426위. 숍라이트 클래식은 올해 두 번째로 나선 대회였다. 지난주 US여자오픈은 예선을 치러 출전권을 따냈고 본선에서 컷 탈락했다. 이번 대회는 LPGA 투어 역대 우승자 자격으로 출전권을 얻었다. LPGA 투어 대회 준우승은 2014년 11월 미즈노 클래식 이후 10년 7개월 만이다. 이일희는 이번 대회 출전 선수 중 버디 수가 20개로 가장 많았고, 퍼트 수는 77개로 가장 적었다. 이일희가 한 대회 모든 라운드에서 60대 타수를 기록한 것은 2013년 킹스밀 챔피언십(72홀)에 이어 두 번째다.
이일희는 “1번홀과 3번홀에서 공이 안 좋게 튀긴 했지만 그저 그것이 골프라고 생각했다”며 “약간 떨렸지만 꽤 빨리 이겨냈고 아주 잘 끝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늘 TV에서 보던 컵초 경기를 바로 옆에서 보는 것이 매우 재미있었다”며 “‘굿샷’ ‘나이스 퍼트’라고 말하면서 컵초를 응원하기도 했다. 우리 모두는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이일희는 지난 몇 년 동안 대학을 마쳤고, 파이낸셜 포럼에서 100일간 근무도 해봤으며, 어깨와 허리, 발목 치료와 재활도 병행했다고 밝혔다. 또 파트 타임으로 골프 가르치는 일을 아주 좋아하게 됐다며 “LA에 나를 기다리는 학생들이 있다. 다음주에 만나야 한다”고 했다.
이일희는 “내가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줬다는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며 “그건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고 언제나 노력해온 것”이라고 했다. “가장 친한 친구 신지애(37)도 ‘네가 나에게 영감을 줬다’고 내게 문자를 보냈다. 뭐라고? 나는 모든 사람이 골프를 즐기기를 바란다. 그게 내가 원하는 전부다.” 주니어 시절부터 가장 친한 친구 사이인 이일희와 신지애는 지난 겨울 호주로 함께 전지 훈련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날 17번홀(파3·76야드)에서 56도 웨지샷으로 홀인원을 기록한 김세영(32)이 3위(12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김세영은 이날까지 LPGA 투어에서 2번, 한국 여자 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1번 홀인원을 기록했다. 2020년 11월 투어 통산 12번째 우승을 달성한 뒤로 4년 넘게 우승이 없는 그는 이번 대회에서 올 시즌 최고 성적을 냈다. 임진희(27)가 공동 5위(11언더파), 세계 랭킹 1위 넬리 코르다(27·미국)가 공동 15위(8언더파)였다.
최로엡 기자(loep@score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