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 홀 J.J. 스폰(미국)의 94야드 웨지은 완벽했다. 너무나 완벽했다. 핀 바로 앞에서 튕긴 볼은 깃대를 맞았다. 볼은 아주 빠른 오크몬트의 그린의 경사를 타고 구르더니 그린 바깥으로 50야드나 나가 버렸다.
J.J. 스폰이 16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인근 오크몬트 골프장에서 벌어진 US오픈에서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2오버파 72타, 합계 1언더파 281타로 로버트 매킨타이어(스코틀랜드)를 2타 차로 제쳤다.
가장 어려운 골프장이라는 오크몬트에서 폭우와 뇌우로 인한 경기 중단 속에 어수선하게 진행된 경기에서 선두권 선수들이 일제히 점수를 잃었다. 4언더파 선두로 출발한 샘 번스가 11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한 후 언더파는 모두 사라졌다. 다들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점수를 잃어 3시간 전에 4오버파로 경기를 끝낸 존 람이 우승을 할 것 같다는 예상도 나왔다.
번스는 이날 8타를 잃었고 공동 2위로 출발한 아담 스콧은 9타를 잃었다. 그러나 2번 홀에서 볼이 깃대에 맞고 굴러 나가는 불운 등으로 6번 홀까지 5타를 잃으며 완전히 무너지는 것 같던 스펀은 버텼다.
후반 들어 12번 홀에서 13m 버디를 잡아 선두권으로 재진입하더니 짧은 파4(314야드)인 17번 홀에서 1온에 성공해 버디를 잡아내면서 선두로 올라섰다.
스펀은 파4인 마지막 홀에서 파를 해야 우승이었다. 두번 만에 그린에 올렸지만 남은 거리가 22m나 되기 때문에 2퍼트를 장담할 수는 없었다. 스폰은 그러나 이 먼거리 퍼트를 욱여넣어 버디를 잡고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오크몬트에서 언더파 우승자가 됐다.
스펀은 지난 3월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연장 끝에 로리 매킬로이에 패했다. 당시 연장전 아일랜드 홀인 17번 홀에서 스펀이 칠 때 바람이 불어 공이 물에 빠져 패하는 불운을 겪었다. 그러나 이날 빗속에 버티던 것처럼 자신감을 잃지 않았고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보다 훨씬 더 큰 US오픈에서 우승했다.
스펀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도 비 때문에 경기가 중단됐다. 이후 코스가 확 달라졌는데 이에 적응하지 못해 연장전에 가야 했다. 오늘도 경기가 중단됐을 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자고 다짐하고 경기했다”고 말했다.
스코티 셰플러는 4오버파 공동 8위, 로리 매킬로이는 7오버파 공동 19위다. 김주형은 9오버파 공동 33위, 김시우는 12오버파 공동 42위, 임성재는 16오버파 공동 57위다.
차재희 기자(jhcha@score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