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물폭탄’이 전국을 강타했다. 특히 지난해 물난리 피해가 심했던
충청권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또 다시 극한 호우가 쏟아졌다.
기상 관측 사상 1시간 강수량 신기록이 전북 군산에서 작성됐고
‘200년 빈도 비'(200년에 한 번 내릴 가장 많은 비)가 내린 곳도 있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10일 오전 1시42분 부터 오전 2시 42분까지 1시간 동안
전북 군산에 131.7mm의 비가 내렸다. 이는 군산 연 강수량(1246mm)의
10%가 넘는 비가 1시간에 내린 것이다. 131.7mm는 전국 97개 기후 관측지점
기준으로 1시간 강수량 역대 최고치다.
AWS(자동기상관측장비)에 찍힌 강수량이라 공식 기록으로 집계되진 않지만
군산 어청도에는 9일 오후 11시51분부터 1시간 동안 146.0mm가 내리기도 했다.
9~10일 밤사이 내린 비는 수도권과 강원도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에 쏟아졌다.
지난 8일 오후 5시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누적 강수량을 보면 익산 309.0mm,
충남 서천 287.0mm, 군산 268.3, 대구 253.8mm, 경북 영천 245.8mm,
전북 장수 238.0mm, 충남 금산 227.2mm 등 200mm 넘는 비가 쏟아진 곳이 많았다.
‘200년 빈도 비’가 내린 곳도 있었다. ‘200년 빈도’란 200년에 한 번 내릴 수 있는
가장 많은 비를 뜻하는 것으로, 각종 교량·댐 등을 건설할 때 설계 기준이 된다.
200년 내 예상되는 가장 많은 강우량을 기준으로 그 용량을 감당할 수 있도록
짓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비가 밤사이 퍼부은 것이다. 200년 빈도 비가 내린 곳은
충남 금산, 충북 추풍령, 전북 군산 등이다.
이번 호우의 원인은 밤사이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우리나라로 대거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낮 기온이 높은 탓에 남서풍이 한반도로 들어오는 바람길이 주로 밤에 열리는데,
이번에도 밤사이 유입량이 많아지면서 비구름대에 ‘씨앗’역할을 했다.
또 저기압이 한반도를 통과하면서 그 뒤로 불어들어온 건조 공기가 비구름대의 덩치를
키운 면도 있었다. 저기압 이동에 따라 장마전선이 밤사이 중부에서 남부로 천천히 이동했는데
이동 속도가 느리다 보니 긴 시간 많은 양의 비를 뿌린 것도 밤새 ‘극한호우’의 원인이 됐다.
김주용 기자 jykim@score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