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이 코스닥 하락에 베팅하는 ETF(상장지수펀드)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연초 2차 전지주를 중심으로 ‘코스닥 돌풍’을 이끌어온 개미 투자 전략에 변화가 생긴 것인지 관심이 모인다.
해당 상품은 코스닥150 선물지수를 기초지수로 삼아 역으로 추종한다. 코스닥지수가 오르면 수익률이 낮아지고, 지수가 내리면 수익률 얻는 구조다. 인버스 상품을 투자하는 것은 투자자가 지수 하락에 베팅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동시에 개인은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 ETF를 같은 기간 147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 ETF는 코스닥150지수를 2배로 추종해 지수 상승 쪽에 걸면서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상품이다.
개미들은 코스닥시장이 조만간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코스닥 인버스를 사들이고 레버리지 상품은 팔아치우는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지수는 올해 1분기(1~3월) 들어 25%가량 상승하면서 압도적인 상승률을 기록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연초 대비 코스닥 지수 상승률은 25.6%로 △미국 나스닥(16.8%) △이탈리아 FTSE MIB(14.4%) △러시아 MOEX(13.8%) 등을 크게 넘어서며 1위를 달린다.
올해 개인은 코스닥시장에서 4조원 가까이 순매수했는데 자금 대부분은 에코프로그룹주에 몰렸다. 올해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은 83조6248억원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에코프로그룹주 단 세 종목의 증가분(23조 33942억원)은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다만 개인이 코스닥시장 하락론을 점친다는 것만으로 코스닥 고점 신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인버스 비중이 증가하며 하락에 베팅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맞다”라면서도 “투자자마다 개인 투자성향에 따라 헤지용으로 사들일 수 있기 때문에 주가 하락으로 반드시 연결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기 과열에 대한 부담이 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봤다. 허 팀장은 “건전한 장은 통상 주도주가 쉴 때 다른 종목들로 확산하며 로테이션(회전)과 선순환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지금처럼 개인 수급이 특정 테마에 쏠릴 경우 향후 해당 섹터에 대형 악재가 발생할 때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외 대비 국내 2차 전지 소재 업체만 올라서 부담은 크지만 관련 섹터에 대한 중장기적 성장 전망도 분명하니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주용 기자(jykim@score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