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기 골프 안쳤다, 국토부 협박”은 거짓말…이재명 1심 집유

유죄라고 해도 벌금형 수준 아니겠느냐는 정치권의 당초 예상을 깨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선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해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방해했고 ▲민의가 왜곡·훼손됐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2021년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 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가 용도변경을 하라고 협박했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 대표가 같은 해 12월 방송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 실무자였던 고 김문기씨와

성남시장 재직 시절인 2015년 해외 출장 중 골프를 친 적이 없다고 말한 것이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대표가 2021년 12월 22일부터 방송사 인터뷰 등을 통해 김 씨에 관해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며 모두 4차례 관계를 부인해왔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김씨를 ‘몰랐다’고 발언한 것은 허위 사실이라고 볼 수 없지만,

‘골프를 친 적이 없다’고 부인한 것은 허위사실을 공표한 불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이 대표가 2021년 10월 20일 경기도 국정감사에 출석해 대선에 당선될

목적으로 성남시 백현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거짓말을 했다고 판단했다.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는 자연·보전녹지지역이었다. 성남시는 이 땅을 2종일반주거지역으로

높여달라는 요청을 두 차례 반려했는데, 이후 4단계 높은 준주거 지역으로 변경해 달라는

3차 신청을 돌연  승인했다. 이 지점에서 민간에 부당한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대표는 국정감사에서 “국토부가 요청해서 한 일이고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혁신도시법)에

따라 저희가 응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했다. “국토부가 직무 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는 발언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의 백현동 부지 용도지역 변경은 이 사건 의무 조항에 근거한

국토부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검토하여 변경한 것”이 라고 판단했다.

국토부가 공문을 보내면서 구체적인 용도지역을 기재한 적이 없고, 2014년 12월 9일자 공문에서

“종전 협조 요청은 혁신도시법 43조 6항에 따른 요구가 아니고 용도지역 변경은 성남시가

적의 판단하라”고 밝힌 게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성남시가 2차 입안 제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상위계획  불부합 문제에 관한

처리방안으로 준주거지역으로의 용도지역 변경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3차 입안 제안 이후 백현동 부지의 용도 지역이 자연녹지지역, 보전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됐다”고 했다.

이에 “용도지역 변경은 성남시의 자체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며 “국토부 공무원들로부터

협작 당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당초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100만 원 안팎의 벌금형이 선고될 것이라는 정치권의

예상과 달리 재판부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동종 전과도 있는 이 대표가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려 했기 때문에 죄책이 무겁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허위 사실이 공표되는 경우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돼 민의가 왜곡되고 선거제도의 기능과 대의민주주의

본질이 훼손될 염려가 있다”며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2010년 4월 지하철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벌금 50만원을 선고 받은

전력이 있다.

1심에서의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선거법상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당선이 무효로 되고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지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 받으면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국회의원직을 잃고 10년간 대선 출마도 불가능해진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이 대표는 재판부가 법리 판단과 양형 사유를 설명하는 약 20분간

피고인석에 서서 재판장을 응시했다. 재판부가 발언하는 도중에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선고가 나온 직후 이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법정을 나선 뒤 이 대표는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오늘 이 장면도 대한민국 현대사에

한 장면이 될 것”이라며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아있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

“항소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공직선거법 사건 1심 선고는 이 대표가 재판을 받고 있는 4개의 사건 중 첫 판결이 나온 것이다.

열흘 뒤인 오는 25일에는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기일이 예정돼 있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에

출마했던 2018년 방송 토론회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과정에서 고(故)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의 수행비서 김모씨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9월 결심 공판에서  이 대표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밖에도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비리,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도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김주용 기자 jykim@score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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