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상태로 차 안에서 자다 변속장치를 건드려 수 미터가량 운전해 사고를 낸 20대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고의로 운전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재판부의 판단이다.
20일 대전지법 형사11단독(장민주 판사)은 술을 마시고 차에 머물다 변속장치를 건드려 사고를 내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충남 금산군 한 식당에서 술을 마신 후 친구와 함께 식당 앞에 주차된 자신의 차에 탔다.
그는 자다 깨 근처에서 소변을 본 뒤 다시 차량에 탔다. 이때 차량 브레이크 등이 몇 차례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했다. 이후 차가 수 미터 전진해 식당 앞에 놓여 있던 화분과 에어컨 실외기 등을 들이받았다.
사고가 난 뒤에도 A씨와 친구는 차 안에 머물러 있었고, 인근 상인이 차량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이 음주 측정한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0.08%)을 넘는 0.13%였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대리운전이 잡히지 않아 차에서 잤고, 자다가 에어컨을 켜려고 시동을 건 기억은 있지만 운전한 기억은 없다”며 “아침에 일어나보니 차가 가게 앞 물건을 들이받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해당 도로가 내리막길인 점 등을 고려하면 실수로 기어 변속장치 등을 건드렸을 가능성이 있다”며 “고의로 차량을 운전하려 했다면 사고가 난 이후에도 차량을 그대로 방치한 채 계속 잠을 자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2004년 4월 자동차를 움직이게 할 의도 없이 기어를 건드려 차가 움직이거나, 불안전한 주차 상태와 도로 여건 등으로 차가 움직이게 된 경우는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고 한 바 있다.
검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차재희 기자(jhcha@score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