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야 차기 주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단연 주목을 받는다.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가 지난 4월 29~30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범보수 진영 차기 주자 적합도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유승민 전 의원(18%)에 이어 한동훈 장관이 16%로 그 뒤를 이었다.
유 전 의원이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과 경쟁관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 인물로 ‘정치 신인’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분신’으로 불리는 한 장관의 존재감이 눈에 띈다.
특히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인사라는 점에서 이번 총선 때 두각을 나타내기 힘들지 않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체제 여당이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서는 한 장관만한 인물이 없다는 게 여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총선 ‘간판’으로 한 장관이 상징적 인물로 서야, 여당이 윤석열 정부의 명운을 걸고 총선에서 정권 후반기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 전 의원이나 홍준표 대구시장의 경우 윤석열 정부와 차별화에 방점을 찍기 때문에 여권 주류가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한 장관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상황은 조금 더 복잡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전히 유력 주자로 서 있기 때문이다. 리서치뷰의 같은 조사에 따르면 범진보 차기 주자 선호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8%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14%로 그 뒤를 이었다. 문제는 이 대표가 현재 당을 이끌고 있는만큼 최근 ‘김남국 코인 투자’ 논란 수습의 책임론에 휩싸여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사법 리스크’도 안고 있다. 만약 이 대표가 ‘무죄’를 이끌어 내 사법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으나,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는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도 조심스레 함께 이뤄지고 있다.
‘포스트 이재명’과 관련해 주목받는 인물은 이 대표와 지난 대선 당시 대권 주자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이낙연 전 대표가 꼽힌다. 여기에 최근 ‘다크호스’로 등장한 인물이 김동연 경기도지사다.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6~17일 전국 성인 유권자 10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의 대안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을 묻는 질문에 이낙연 전 대표(17.1%)에 이어 김동연 경기도지사(15.9%)가 꼽혔다. 최근 김 지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약점’으로 꼽히는 외교 분야에서 윤 대통령을 맹공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이재명 대표의 대안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을 묻는 질문에는 33.9%가 “없다”고 답변한 것도 감안해야 하지만, 이 대표의 대안으로 대권 주자 지지율 한자리수를 기록해 왔던 김 지사가 15% 이상으로 선전한 것은 또렷한 변화 조짐으로 읽을 수 있다. 특히 김 지사는 민주당 지지층에서 22.7%의 선호도를 기록해 김부겸 전 총리(8.3%), 이낙연 전 대표(7.9%)와 상당한 격차를 만들었다. 민주당의 주요 지지 기반인 광주·전라에서 김 지사가 19.2%를 차지한 것도 이낙연 전 총리(16.4%)와 김부겸 전 총리(14.2%)를 앞지른 수치다.
경기도지사로서의 업무수행 평가도 나쁘지 않다. 김 지사의 당선 득표율이 49.1%였는데, 지난 4월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2023년 3월 광역단체장 평가를 보면 김동연 지사 도정에 대한 긍정평가는 58.4%를 기록했다. 김 지사는 최근 민주당이 겪고 있는 악재 속에서도 언론과 SNS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비판할 뿐만 아니라 민주당에도 재창당 수준의 혁신과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관전 포인트는 여야 모두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당 대선 주자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전 대표, 각각의 당내 경쟁자였던 유승민 전 의원과 이낙연 전 대표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의 부상이다.
여권에서는 단연 윤 대통령의 복심 한동훈 장관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편, 야권에서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두 인물 모두 정치권 인사가 아니라 ‘공무원 출신’이다. 한 장관은 특수부 검사로 일하며 법무부장관직에 올랐고, 김 지사는 경제 관료로 문재인 정부 경제부총리를 지냈다. 선거 경험은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당선된 김 지사가 한 수 위지만, 한 장관은 정권 핵심부의 막강한 지원을 받는다는 이점이 있다. 내년 총선에서 두 인물의 활약이 주목받는 이유다.
김주용 기자(jykim@score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