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FC 바르셀로나 구단주라면?

당신이 FC 바르셀로나 구단주라면 ‘천재 1명이 10만 명을 먹여 살리는 경영’을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10만 명이 군주 1명을 먹여 살리는 경영’을 하시겠습니까?

구단주격인 후안 라포르타 바르셀로나 회장은 이 같은 고민 끝에 최근 후자를 택했다. 21년간 보유했던 축구 천재 리오넬 메시(34)를 내보내기로 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축구구단 경영방식이 확 바뀐 셈이다. 사실 바르셀로나는 21년간 메시와 함께 천재 1명이 10만 명을 먹여 살리는 경영으로 초일류구단이 됐다. 그러나 앞으로 바르셀로나는 고만고만한 선수들이 열심히 뛰고, 집단지성을 발휘해 생존해야 하는 경영을 할 수밖에 없다.

경영학 측면에서 보면 바르셀로나는 낡은 경영방식으로 후퇴한 셈이다. 10만 명이 군주 1명을 먹여 살리는 경영은 총칼과 몸으로 싸우던 근대적 개미 사고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컴퓨터와 머리로 싸우는 현대경영에서는 천재 1명이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 대부분 초일류기업은 이런 방식으로 성장한다.

삼성그룹이 대표적이다.

고 이건희 회장은 이 같은 철학으로 글로벌 인재를 파격적인 연봉을 주고 잇따라 데려왔다. 나머지 직원들에게는 출근해서 낮잠을 자도 좋으니 제발 ‘뒷다리만은 잡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의 이런 경영방식은 글로벌 변방 국가의 삼성이 소니 등 일본기업을 물리치고, 미국의 애플 까지 제압하는 초일류기업이 됐다.

라포르타 회장의 이 같은 ‘퇴행적 결정’으 사실 코로나19 사태 때문이다. 또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에는 ‘샐러리캡 제도’도 영향을 미쳤다. 한팀 소속 선수 연봉 총액이 일정액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수 몸값이 지나치게 치솟고, 구단들의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서 미국프로농구협회(NBA)가 개발한 제도다. 코로나 이전만 해도 라리가는 연봉 상한선이 9020억원이었다. 그러나 10만 석을 수용하는 캄노우 홈구장이 무관중 경기를 하는 등 적자로 총 선수연봉을 절반인 4664억 원으로 줄였다. 메시도 주급 36억씩(연봉 1870억 원) 받다가 18억 원으로 줄었다. 메시의 주급 삭감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고액연봉자인 필리페 쿠티뉴(29), 사무엘 움티티(27) 등을 매각하지 않고서는 샐러리캡을 지킬 수 없을 정도였다. 바르셀로나에서 ‘원클럽맨’으로 기록되길 원했던 메시는 더 자세를 낮췄지만, 끝내 자유계약선수(FA)로 방출되는 것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적료 0’가 된 메시는 프랑스 생제르맹(PSG)에 입단했다.

21년 전 바르셀로나 기술 이사와 식당서 밥을 먹다가 냅킨에다 계약 내용을 쓴 ‘냅킨 계약의 신화’가 다시 재현될 수 있을지. 더 나아가 ‘천재 경영’이 프랑스 PSG에서도 재현될 것인지 궁금하다.

최로엡  loep@scorep.net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