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가 5일 취임 이틀째 오전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통상 역대 대선 당선자와 미국 대통령 통화가 당선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례적일 만큼 지연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 취임식엔 주한 미국대사, 주한미군사령관 등 미 측 인사는 초청되지 않았다. 미국 백악관은 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는 메시지에 돌연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우려하고 반대한다”고 첨언하는 등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는 이날 오전까지 이뤄지지 못했다. 당초 취임 당일인 전날 오전, 늦어도 저녁께엔 통화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됐으나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국 간 시차 등을 고려하면 빨라야 이날 밤 늦게서야 첫 통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현지시간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1시간 15분간 통화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가 지연되면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도 덩달아 밀리는 모양새다. 통상 미국 정상과의 통화에 이어 일본·중국 정상과의 통화가 이어진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당선돼 인수위 기간 없이 즉각 취임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당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뒤, 이튿날에 시 주석 및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와 연달아 통화했다.
이상 신호는 취임식에서도 감지됐다. 전날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취임식엔 주한 미국대사와 주한미군사령관을 찾을 수 없었다. 주한 미국대사와 주한미군사령관은 통상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왔다. 이번엔 주한외교사절을 대표해 주한 모로코대사를 초청하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장소 협소 문제 등으로 모든 외교사절을 끝내 초청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같은 곳에서 취임식을 치른 문 전 대통령 취임식엔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참석했다.
미국 백악관은 3일(현지시간) 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면서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동맹국의 대통령 선출을 축하하면서 제3국인 중국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으로, 이재명 정권의 친중(親中) 성향에 견제구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최근 피터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많은 국가가 중국과의 경제 협력, 미국과의 방위 협력을 동시에 하려는 유혹을 받는 것을 안다”며 한국의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과 밀착)을 우회 지적하기도 했다.
차재희 기자(jhcha@score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