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61기동대 소속 여성 경찰관 6명 중 4명이 전출을 요청해 이날부로 다른 기동단으로 소속을 옮겼다.
앞서 지난 2일 블라인드에는 경찰청 소속의 익명의 작성자가 ‘진짜 이건 욕밖에 안 나온다’라는 게시글을 통해 “우리 여경사우들이 건물 미화 도와주시는 주무관들하고 같이 공용공간(화장실·샤워실)을 쓴다고 서울청에 고발했다”며 “얼마 전에는 주무관들이 화장실 사용 못 하게 비번도 바꾸고 알려주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100여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면서 여경에 대한 각종 비난과 불만이 쏟아졌다.
혼성기동대는 서울경찰청이 올해 시범 도입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8월부터 경남경찰청에서 시범 운영하던 혼성기동대를 올해 2월부터 서울경찰청 등 7개 시·도경찰청에 추가로 편성해 운영해왔다. 서울경찰청에는 혼성기동대가 9곳 있다.
이번 갈등은 경찰관들이 모이는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촉발됐다. 감찰 결과 지난달 내부 시설 공사 문제로 비밀번호를 바꿨고, 주무관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에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비밀번호가 바뀐 다음날 전달받은 주무관들 역시 문제 삼지 않아 비밀번호를 바꾼 여성 대원이 주의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그러나 ‘비밀번호 해프닝’을 둘러싸고 여성 대원들을 비난하는 게시물과 악성 댓글이 계속 이어지면서 갈등이 더 깊어졌다. 여성 경찰관 4명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상부에 전출 희망 의사를 밝힌 뒤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경찰은 여성 대원들 뜻에 따라 인사발령을 냈다. 61기동대를 지휘하는 6기동단 단장은 지난 8일 내부 SNS에 “5월9일 자로 61기동대 여경 4명이 타 기동단으로 갈 예정”이라며 “사실여부를 떠나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서로에게 불편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라고 했다.
경찰 내부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서울의 한 경찰관은 “혼성기동대가 창설되면서 이런 일이 언젠가 불거질 거라고 예상했지만 너무 일찍 발생해 당황스럽다”며 “남녀 경찰관이 갈등을 겪지 않을 업무환경을 먼저 조성해놓고 혼성기동대를 운영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또 다른 경찰관도 “사건이 공론화하기 전에 지휘관이 선제적으로 조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승준 기자(sjlee@score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