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비정규직을 정규직보다 보수를 더 많이 주는 정책’을 들고나와 뜨악한 사람이 많다.
정규직이 비정규직보다 보수가 더 많은 것을 당연히 여기는 사람들로서는 상식과 비상식이 뒤집힌 사고방식의 정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후보는 우리의 현실이 상식과 비상식이 뒤집혀 있는 꼴이라고 지적을 한다.
그는 똑같은 시간,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정규직은 높은 안정성에 고임금’인데
‘비정규직은 낮은 안정성에 저임금’의 불공정 구조라는 주장이다.
현재 통계청 자료에 따른 정규직 월급은 평균 323만4천 원, 비정규직은 171만1천 원이다.
월급 차이가 152만3천 원인 것은 맞다.
땀의 가치는 공정하게 대접해야 한다는 게 그의 논리다.
입사하기 전 시험을 통한 실력과 노력은 다 무시한다.
미국, 유럽, 호주 등 일부 국가들이 비정규직(캐주얼 잡) 시간당 임금이 정규직보다 더 높은 것을 근거로 삼았다.
비정규직에 더 많은 임금을 주기 싫으면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 무언의 압박이기도 하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이 후보의 문재인 정부 정책과 차별화한 시도다.
문 정부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 ‘비정규직 제로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이 ‘비정규직=나쁜 일자리’ 인식을 아예 바꾸겠다는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
비정규직은 1997년 외환위기 때 도입된 제도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에 달러를 빌려주는 조건으로
경제 활성화를 위한 노동시장 유연화(비정규직 도입)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권고가 아닌 압력이었다.
이후 기업들이 정규직을 안 뽑고 비정규직을 주로 뽑아 문제가 되자, IMF는 다시 연봉서열제의 정규직 해고를 쉽게 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당시 떠들썩했던 노동법 날치기 사태까지 벌어졌던 배경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업들의 이익을 위한 음모로 움직인 IMF에 대한민국이 놀아난 꼴이 됐다.
이렇게 왜곡된 비정규직은 300인 이상의 대기업에는 전체의 5%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중소기업에 있으며 그나마 1~9인 사업장에 절반 이상이 몰려 있다.
따라서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보수가 더 많은 정책을 추진하면
대기업은 별 영향이 없지만 중소기업들의 경영악화만 더 심화할 우려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노동자를 위한답시고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자
엉뚱하게 편의점, 식당 등 자영업자들 사정이 급격하게 악화해 ‘게도 구럭도 다 놓친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정규직은 15.4%로 OECD 평균(16.7%)보다 낮다.
삶의 질이 우리보다 훨씬 높은 네덜란드는 36.9%다. 스위스 26.7%, 일본 25.8%, 독일 22%다.
우리나라의 비정규직이 사회문제로 더 부각한 이유는
원래 취지인 고용 유연화보다는 ‘계급화된 직종’으로 변질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10위 경제 대국인 대한민국이 노동시장 자유도는 112위다.
그만큼 기업이 해고하기도, 취업하기도 힘든 경직된 노동시장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노동시장의 판을 바꾸는 제도개혁이 아니라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만들건, 비정규직의 월급을 정규직만큼 올려주건 완전한 정책적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최로엡 loep@score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