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왜 ‘만들어진 분노’에 ‘분노’하시나요?

<사진출처=ACT 페스티벌 2018: 감각과 지식 사이>

페이스북(메타로 사명 변경)의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이 얼마 전 제보한 문서를 다시한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한 하우겐의 폭로 핵심은 페이스북의 자체 연구자료를 통해 SNS의 심각한 문제점을 알고도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이를 묵살했다”는 주장이다.

이 연구자료 문서는 ^페이스북이 10대 소녀들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고 ^독재, 공산국가의 반정부 인사 탄압에 페이스북이 악용되고 ^게시물 알고리즘이 대중의 분노를 과도하게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페이스북 앱이 전 세계 인구 79억 명 중 28억 명이 이용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게시물 알고리즘 문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페이스북은 2018년 사용자들이 보는 게시물의 팝업, 배열 등을 하는 알고리즘을 확 바꿨다.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페이스북의 정책을 더 강화한 것이다. 한 사람이 공유한 게시물을 또 다른 사람이 재공유하면 가중치를 크게 높이는 방식이다.

그런데 내부 연구결과 이런 알고리즘이 긍정적인 면보다 분노, 폭력적인 내용, 가짜 뉴스를 과도하게 확대, 재생산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미국의 트럼프 집권기 이런 부작용이 극대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장서 SNS를 자기편 정치집단의 분노 장치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미국 역사상 유례없는 네 편, 내 편의 두 쪽 진영으로 나라가 갈라졌다는 정치평론이 쏟아졌다. 사소한 분노가 전체 국가로 순식간에 확산하는 사회문제로 커지는 역할을 페이스북 등 SNS가 했다. 심지어 일부 전문가들은 페이스북의 잘못된 알고리즘으로 인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하게 해 팬데믹이 심화했다는 주장도 편다.

한국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페이스북 등을 통해 내편 네편을 가르는 내용의 게시물을 많이 올려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 사회적 분노가 넘쳐나서 나라 전체가 과도한 분노로 넘쳐났다. 여기저기서 욕설이 난무한 것은 이제 일상화됐을 정도다.

하우겐의 폭로에 따르면 데이터 전문가들이 게시물에 대한 알고리즘 가중치를 수정하거나 없애야 한다고 건의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마크 저커버그는 의미 있는 상호작용은 페이스북의 창업정신이라며 이를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 등에서는 SNS 부작용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과도하게 분노를 유발하는 게시물 등에 대한 가중치를 두는 알고리즘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리자는 얘기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SNS 게시물로 인해 피해가 있어도 그 회사에는 책임을 묻지 못하는 법체계다.

전 세계 28억 명이 이용하는 플랫폼을 마크 저커버그 한 명의 의사결정으로 알고리즘이 결정되는 불합리한 현상은 시장독점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거대기업의 상상을 초월하는 로비를 정치권이 넘기는 쉽지 않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가 페이스북 등의 독점문제 해소를 위한 소송, 법 개정 노력이 번번이 ‘표현의 자유’라는 장벽에 부닥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매일 들고 다니는 휴대폰을 통해 ‘사소한 분노’ 게시물에 자주 노출되면서 당신도 그 사소한 분노에 동참하는 일은 당분간 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로엡 loep@score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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