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바이든(79) 대통령은 요즘도 전갈 춤을 춘다. 얼핏 보면 탱고를 추는 것 같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는 뜻일 거다.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이 경제개혁 입법을 하거나 예산을 책정할 때마다 하는 말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경제적 사고방식이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진보, 좌파성 정부다. 한국의 문재인(72) 대통령식 화법으로 설명하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쓴다. 반면 공화당은 보수, 우파성 정책을 추구한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깎아줘 돈을 쓰게 함으로써 경기를 부양하는 방식이다. 돈을 물과 같이 아래로 흘러가게 만드는 ‘트릭클 다운(Trickle Down) 정책’이다. 이렇게 다르다 보니 민주당 뿌리인 바이든은 매번 공화당과 부딪칠 때마다 치명적인 전갈 춤을 출 수밖에 없다. 바이든은 이런 힘든 싸움 끝에 마침내 ‘구조개혁 입법(American Rescue Plan Act)’을 완성했다. 코로나19 같은 팬데믹이 오면 제도적으로 위기 가정에 직접 돈과 음식을 줄 수 있게 했다. 소상공인에게는 쫓겨나지 않도록 임대료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똑같은 시간.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든과 달리 ‘착한 임대인 운동’ 등에 관심을 쏟아부었다. 전주 한옥마을 건물주가 상인들에게 임대료를 조금 낮춰준 일에 문 대통령은 크게 고무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운동을 벌이라고 부추겼다. 가진 자인 건물주들이 다 같이 힘들 때 좀 착해지면 좋겠다는 단순 무식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공무원에게는 ‘상상력을 발휘해 달라’고 주문했다. 영혼 없는 공무원들은 밤새워 착한 건물주에게는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을 개발했다. 국세청 자료(2020년 기준)에 따르면 이런 착한 임대인은 9만 9372명이 나왔다. 임차인 15만 8326명에게 총 4022억 원의 임대료를 깎아줬다. 반면 사정이 어려워 못 깎아 준 나머지 건물주들은 고스란히 나쁜 임대인이 됐다. 소상공인이 600만 명이 넘는 것을 고려하면 나쁜 임대인 숫자는 셀 수도 없다.
바이든은 ‘착한 일’을 하기 위해 공화당과 정책적 씨름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착한 일을 하기 위해 바이든처럼 치열하게 싸울 필요조차 없다. 집권 민주당이 국회를 완전 장악하고, 제멋대로 입법을 전횡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가적 위기 때 정부가 어려운 소상공인에게 임대료를 지원해주는 착한 법 하나 만들지 못하는 괴상한 나라가 됐다. 경제학자들은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법을 다 만들어 국민을 힘들게 하면서도.
최로엡 loep@score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