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최고치 기록뒤 숨고르지 않고
연일 기록을 경신하는 이례적 ‘블랙스완’
주식, 원자재 아닌 억 단위 가격 아파트에선 기현상
여기서도 ‘더 큰바보’들 때문에 생기는 문제
정부의 엄포나 세금때리는 방식으로는 해결 불가능
신규 아파트 실물을 보여줘야 더큰바보,블랙스완 사라져
경제학에서 블랙스완이란 한마디로 ‘사상 최고치로 값이 오른 뒤, 숨도 고르지 않고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보기 드문 기현상’을 말한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년 만에 서민이 사는 5억 원짜리 아파트가 13억원이 되는 꼴을 전 국민이 어~ 어~하면서 지켜봐야만 했다. 정부도 4년간 26번의 유례없는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뒤집어 보면 살벌한 정부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코웃음을 치면서 26번이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얘기다. 블랙스완 현상이 이어지면서 아파트 가격이 순식간에 2배 넘게 뛴 셈이다. 정부의 대책을 믿고 아파트를 사지 않고 순진하게 따른 사람은 순식간에 벼락거지가 됐다는 말이 유행어가 된 사연이다. 반대로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세금만 더 내게 됐다고 엄살 부리지만 벼락부자가 된 것도 사실이다.
블랙스완 현상은 주식이나 곡물, 원자재 시장에서 가끔 나타나는 아주 보기 드문 현상이다. 아파트처럼 몇억짜리에서만 블랙스완이 나타나는 게 아니다. 1천 원짜리 주식이 1만 원이 된 뒤 5만 원, 10만 원까지 뛰는 식이다. 곡물이나 원유도 한정된 자원으로 인해 급변사태에서는 이런 현상이 흔치 않게 나타나곤 한다. 하지만 한 단위에 수억 원 하는 아파트 값이 이같이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는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최고치를 경신한다해도 일 년에 10%, 20%씩 급등하는 현상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처럼 한해에 30~40% 뛰고 더구나 이런 최고치 경신이 4년 넘게 계속 이어지는 블랙스완 현상은 우리가 처음 겪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밝힌 아파트 블랙스완 현상은 코로나로 인해 세계적으로 많이 풀린 돈(유동성)과 1인 가구의 급증으로 아파트 수요가 크게 늘어난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변명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경질된 김현미 전 장관은 “빵을 만드는 것처럼 아파트를 그렇게 만들고 싶다”라며 당분간은 공급 대책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블랙스완이 앞으로도 더 지속될 수밖에 없는 단서를 제공한 셈이다.
블랙스완은 시장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우선 ‘더 큰 바보이론’에서 그걸 예측할 수 있다. 지금 사상 최고치 가격이지만 내일이면 더 오를 수 있다는 확신에 찬 ‘더 큰 바보’가 있어야만 블랙스완 현상은 유지된다. 그렇지만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보니 더 큰 바보들이 시장에서 싹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인간들의 군중심리 때문이다. 너무 많이 올라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확산되면서 블랙스완 현상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다. 세상의 이치가 그러하듯 오를 때보다 내릴 때가 더 가파르다. 주식이나 원자재 시장에서는 원래 가격보다 더 폭락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아파트 시장에서 ‘더 큰 바보’들이 없어지면서 블랙스완 현상이 사라지는 시점은 언제가 될까. 경제적으로 아파트 물량이 쏟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서는 때다. 정부의 헛소리 같은 100번의 부동산 대책보다, 내 집 앞 공터에서 새 아파트가 1천채, 2천채씩 건설되는 것을 실제로 볼 수 있는 때가 된다. 완공은 그만두고라도 삽질만 해도 된다. 그러면 주변에서 아파트값이 아무리 더 오른다고 떠들어대도 그걸 믿는 더 큰 바보는 사라지게 된다. 당연히 블랙스완도 사라진다.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의 계절이다. 아파트 2채, 3채 가진 사람들 세금 폭탄을 때려 토해내게 하는 검증되지 않은 부동산 정책을 내세우는 대선후보는 문재인 정부와 똑같은 더 큰 바보다. 값싼 아파트를 충분히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실제로 공터에서 삽질만 하면 된다. 블랙스완을 없애는 방법은 이리뛰고 저리뛰지 않고 삽질만 해도 충분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