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물’ 탄산음료
전 세계 탄산음료의 사업 규모는 2천9백억 달러로 미국에선 설탕 소비량의 40% 이상이 음료 제조 회사에서 소비될 만큼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했다. 그 매력의 근원이 무엇 때문이든 보통의 사람들은 1년에 50겔론이 넘는 탄산음료를 마시고 있으며, 이러한 수요에 맞춰 음료 제조 공장에서는 1분에 2천여 개의 캔 음료를 생산해 내고 있다.
이제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음료 제품들에 얽힌 사연들을 알아가다 보면 그 제품들이 더욱 재미있게 다가올 것이다. 그 이야기의 시작은 유명제품이나 매끄러운 용기, 수십억 달러의 광고가 나오기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 세기 동안 인류는 기포가 자연 발생되는 탄산수가 의학적인 효험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통풍, 류머티스, 관절염 등과 같은 각종 질병의 치유 효과가 있으며, 소화불량이나 변비에도 효과가 있는 마법의 물이라고 생각 했지만 그것은 마법이 아닌 과학이었다.
탄산가스는 지하수와 이산화탄소가 함유된 석회암 같은 물질이 닿으면 자연적으로 생성되며, 이때 높은 압력에 의해 물에 용해된 이산화탄소가 탄산 거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인공 탄산수의 개발
자연 발생 된 탄산수 이후 인공적으로 탄산음료를 만들게 된 것은 18세기에 이르러서이다. 1767년 34세의 화학자 겸 목사였던 죠셉프리스틀리(Joseph Priestley)는 영국 리즈에 있는 양조장 부근으로 이사를 하게 되고, 양조장 부근의 공기가 다른 지역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특별한 냄새가 난다기 보다는 공기의 성격이 다르게 느껴졌던 것이다.
발효 중인 맥주 통에서 나오는 가스는 이산화탄소였지만 그가 맡았던 공기는 분명 다른 것이었고 그것을 ‘고정공기’라 정하고 실험을 시작했다. 이때 우연히 물을 맥주 통 위에 매달아 놓았는데 곧 물속에서 기포가 형성되어 탄산수가 된 것이었다. 인공적인 방식으로 물에 이산화탄소를 넣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다.
1772년 프리스틀리는 ‘고정공기가 포화 된 물’이라는 주제로 연구결과를 발표했고, 과학계에서도 그의 공로를 인정하고 이 연구결과를 공식화하게 된다. 이후 50년이 넘도록 도전적인 사업가들과 재능있는 기술자들이 프리스틀리의 연구 성과를 활용하여 탄산음료를 만들 제조 기계를 앞다투어 생산해 내기 시작한다.
탄산음료 대유행의 미국
1832년 뉴욕으로 이주한 영국인 매튜스는 탄산음료 제조기 회사를 설립하였고, 대리석 가루와 황산을 조합하여 효과적으로 탄산음료를 제조하는 방법을 찾아낸다. 그 후 수십 년간 자신이 개발해낸 탄산 포화 기계를 판매하여 회사를 키워가게 되고, 1860년 광고를 통해 자신이 만든 기계가 무쇠로 만들어져 다른 기계들보다 쉽고, 빠르고, 경제적으로 탄산음료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알리며 탄산음료 업계의 선구자로 자리하게 된다.
기본적인 탄산수에서부터 향이 첨가된 탄산수까지 19세기의 미국은 탄산수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하였고 과일, 견과류, 나무뿌리, 달걀, 초콜릿 등의 다양한 향이 첨가된 탄산음료들이 탄산음료 판매점은 물론 약국에서까지 불티나게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탄산음료 판매점은 대중들의 만남의 장소로 애용되며 시내 중심가의 명소로 떠오른다. 하지만 성장하는 시장에 맞춰진 다양한 기호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상황이었다.
약국에서도 판매한 탄산음료
19세기말엔 제약업이 활기를 띄며, 다양한 효능을 가졌다고 알려져 오던 탄산음료가 약국에서 주로 판매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탄산이 주는 개운함으로 인해 소화촉진은 물론 첨가 된 향이가진 효능들이 함께 영향을 미치며 약에 준하는 이미지를 갖기도 했던 것이다. 아마도 소화촉진, 피로회복, 원기회복, 자양강장, 시력저하개선, 이뇨작용, 해열촉진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약이라는 인식을 초창기 탄산음료 제조와 개발에 몰두했던 약사들이 심어준 결과일 것이다.
이는 오늘날 약국과 편의점 모두에서 판매되고 있는 숙취해소음료, 비타민음료, 식이성섬유음료, 이온음료, 다이어트음료, 자양강장음료 등으로 이어져온 “기능성음료”의 시작점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글 : 박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