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이상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초선·안산 단원을)이 ‘적극 방어’ 기조를 버리고 결국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의혹이 불거진 지 나흘 만이다. 해명으로 일관하다 당 안팎의 비판과 여론 악화에 몰려 대국민 사과를 한 모양새다. 하지만 김 의원이 해명 과정에서 의혹과 관련 없는 여권 인사들을 끌어들이는가 하면 자신의 검소한 삶을 강조하는 등 태도 논란까지 겹쳐 비판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의혹에 대해선 결백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모든 거래는 실명 인증된 계좌를 통해서 제 지갑으로만 투명하게 거래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거나 상속·증여받았다는 것 역시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라고 했다. 또 “당에도 충실하게 근거자료 일체를 모두 제출했다”며 “당분간 당의 조사에 적극 임하고 혹시 추가로 요구하는 자료가 더 있다면 성실히 제출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언론을 통해 의혹이 불거지자 “개인의 민감한 금융정보와 수사정보를 언론에 흘린 것은 윤석열 (대통령) 라인의 ‘한동훈 검찰’ 작품이라고 생각된다”라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거론했다. 또 결백을 주장하며 “정치생명과 전 재산을 걸겠다”, “‘국민의힘 이준석’이 가상화폐에 투자해서 선거 3번 치를 정도의 돈을 벌면 자랑이 되는 것이고 ‘민주당 김남국’이 투자해서 돈 벌면 문제가 되는 것인가”라고 했다. ‘서민 코스프레’라는 지적엔 “평생 짠돌이로 살았는데 40년째 코스프레한다는 말인가”라고 했다. “72억 자산가 김건희 여사가 3만원짜리 슬리퍼를 사면 ‘완판녀’가 되고 민주당의 김남국이 3만원짜리 운동화를 신으면 ‘서민 코스프레’가 된다”고도 했다.
송갑석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본질에서 벗어난 발언과 불충분한 해명으로 민주당에 대한 국민 신뢰를 갉아먹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적었다. 박홍근 전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에서 “겸손하게 인정할 건 인정하고 또 사과할 건 사과하면서도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명명백백하게 밝혀나가는 과정을 밟아 나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조응천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공직자가 어쨌거나 주식이나 특히 코인 같은, 그것도 잡코인 같은 이런 거로 치부, 그러니까 재산 증식하는 데 뛰어들었다는 것은 입이 열 개라도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KBS 라디오에서 “젊은 사람이 뭐 그렇게 피땀 흘려 일하지 않고 가상화폐 같은 데에 투자했느냐는, 예를 들면 국민정서법에 관련된 것을 문제제기할 수 있다”고 했다.
여당도 김 의원을 집중 질타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가난한 정치인처럼 행동하면서 60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가지고 있던 그 위선에 국민들이 아연실색하고 있다”며 “매일 다른 해명을 내놓고 있지만 스무고개도 아니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 퍼레이드”라고 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매일 라면만 먹고 구멍 난 운동화를 신는다던 가난한 청년 정치인의 민낯에 많은 국민들이 실망했다”며 “서민의 탈을 쓴 위선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의원 신분으로 ‘김치 코인’(국내 발행 가상화폐) 한 종목에 수억원을 투자한다는 것이 일반 국민의 상식에 부합한 일인가”라고 했다.
김주용 기자(jykim@score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