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 던진 ‘스태그플레이션 폭탄’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방안을 발표하면서

‘에너지 규제’는 쏙 빼 세계를 의아하게 했다. 바이든의 제재가 ‘앙꼬없는 찐빵’이 됐기 때문.

미국과 스텝을 맞추고 있는 유럽연합(EU)은 에너지 규제를 넣었다.

푸틴은 러시아의 에너지 기업을 장악해 권력을 유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심에 푸틴의 비밀기업인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업체 가즈프롬이 있다.

그래서 푸틴을 압박하려면 러시아 경제에 치명적인 에너지 규제는 핵심이다.

러시아는 세계 3위 원유 생산국이다. 더구나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

유럽 국가의 천연가스 31%를 수출하고 있다. 유럽 천연가스 공급의 절반이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밸브를 쓰고 있어 문제가 복잡하다.

 

그렇다면 바이든은 왜 이런 미지근한 러시아 제재 결정을 했을까?

EU보다 미국이 세계 경제를 좀 더 깊이 생각했을 수도 있다.

바이든은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자마자 ‘유가가 8년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치솟는 장면’을 보고 딜레마에 빠졌음이 분명하다.

미국은 현재 물가 상승에 시달리고 있다. 올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5%로 40년 만에 최고치다.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미국은 3월에 ‘빅 스텝’(보통은 0.25%포인트)으로

한꺼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를 올려 경각심을 주려 했다.

그런 뒤 8~9차례 더 올릴 계획을 발표해 인플레이션 기세를 꺾을 구상이었다.

이런 참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졌다. 이젠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무서운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해야할 판이 됐다.

미국은 1차 오일 쇼크(1973년) 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1%에 달한 반면

경제성장은 –0.5%로 끔찍한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은 바 있다.

경기 회복과 시장 호황으로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 보다,

경기침체가 되면서 물가도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더 무서운 이유다.

실제로 JP모건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의 원유 수출이 50% 감소할 경우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원유가격 급등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뛰고

더 심하면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직행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소비자물가가 10%를 넘는 건 시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국제유가가 110달러가 되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P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푸틴이 저지른 우크라이나 사태로 바이든의 머릿속에서는

미국의 ‘먹고사는 경제정책’과 ‘세계평화의 외교 정책’이 정면충돌했을 것이다.

이때 바이든은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닥쳐올 ‘41년 만의 스태그플레이션’ 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가졌던 것이 확실하다.

굳이 바이든을 위한 변명을 한다면 “안보에 단호히 대처 못 하는 미지근한 지도자라는

욕을 얻어먹을 작정을 하고 내린 결단”이었을 것이다.

최로엡 loep@score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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