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맨열전⑦”함께 걸을때도 아버지 보다 앞서지 않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은 일반적인 재벌들 평판과는 달리 ‘효성이 지극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을 대단히 깍듯이 모신다는 뜻이다.

실제로 그는 “할아버지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을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말한다.

그냥 존경한다가 아니라 진심으로 존경한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 눈길을 끈다.

좌로부터 할아버지 정주영, 아버지 정몽구, 아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그룹 정씨 일가의 전통이기도 하다. 정의선 회장도 이런 가풍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것이 분명하다.

아버지 앞에서는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할 정도라고 표현하는 게 옳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 생전에 아들인 정몽구 명예회장(2남), 고 정몽헌 회장(5남), 정몽준 전 의원(6남)과 함께 골프를 친 일화가 있다.

고 정주명 명예회장(왼쪽)의 생전 골프장에서 찍은 사진. 고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오른쪽)과 고 박태즌 포스코 회장(가운데)과 함께.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먼저 골프공을 힘차게 쳤다.

당시 맏이인 고 정몽필 인천제철 사장이 교통사고로 작고한 때라

사실상 장남인 둘째 정몽구 명예회장이 티를 꼽고 골프공을 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이때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갑자기 “얘들아 가자!!”라고 말하고는 페어웨이를 걸어 나갔다.  황당한 순간이었다.

그러자 정몽구 회장은 순간 땅에 꼽았던 티를 재빨리 다시 뽑아들고

두 동생(정몽헌, 정몽준)에게 빨리  아버지를 따라가자고 다그쳤다.

정의선 회장이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의 뒤를 따라가고 있다(사진출처=이투데이)

아버지 말에 토를 달지 못하는 가부장적인 분위기를 보여두는 대목이다.

두 동생의 반응도 재계에서 화제가 됐다.

고 정몽헌 회장은 아버지와 형의 말을 따라 서둘러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러나 정몽준 전 의원은 뒤따르지 않았다.

그는 땅에 티를 꼽고 티업을 할 자세를 취했다. 그런뒤 소리쳤다고 한다.

“아버지 비키세요. 제가 아직 공을 안쳤어요”

아버지를 따라 서둘러 페어웨이로 걸어가던

둘째 형인 정몽구 명예회장과 다섯째형인 고 정몽헌 회장은 몹시 당황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은 여섯째 동생에게 불호령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뒤돌아 본 뒤 허~허~ 웃으며 “저 놈 배포 한번 커”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일찌감치 여섯째인 정몽준 전 의원을 현대그룹 후계자로 낙점했다가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무산되기도 했다.

정씨 일가의 가부장적인 단면을 잘 보여주는 일화다.

이런 분위기에서 정의선 회장도 아버지와 함께 걸어갈때도 절대 앞서 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정의선 회장은 수석부회장으로 사실상 전권을 넘겨줬을 때도

홍보실을 통해 “명예회장님의 재가를 받아 결정한다”라는 말을 반드시 넣으라는 지시를 할 정도로

아버지에 대한 극심한 효성을 보여줬다.

김중석 stone@score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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