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3대 재벌 기업은 미쓰비시, 스미토모, 미쓰이다.
미쓰비시의 상징은 조직, 스미토모는 결속, 미쓰이는 사람이다.
이런 ‘조직의 미쓰비시’가 잇따른 ‘조작의 미쓰비시’로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일 철도 차량용 공조 장치 검사 수치를 35년 이상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다케시 스기야마 사장에 이어 마사키 회장이 최근 사임을 발표했다.
마사키 회장은 2014~2018년 철도 차량 경영을 맡았던 책임을 졌다.
미쓰비시전기는 철도 차량용 에어컨 등 공조 장치 검사결과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조작했다.
실제로 검사한 것처럼 가상 데이터를 자동생성하는 조작프로그램을 1985년부터 사용한 사실을 인정했다.
온도·습도·전압 등 조건 정보와 각종 제품 정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에어컨의 냉각 성능과
전력 소비량 검사 기준의 합격 치를 웃도는 수치 결과가 나온다.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제품마다 날짜에 따라
다른 수치가 나오도록 치밀하게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미쓰비시 측은 ”검사할 때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 조작한 것 같다“며
”35년 이상 조직적인 부정행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 미쓰비시전기는 열차 브레이크에 사용되는 공기 압축기 데이터를 컴퓨터로 조작했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2016년에는 미쓰비시자동차의 연비 조작사건도 있었다. 당시에도 26년 넘게 이런 조작을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그때도 담당 사장과 회장이 똑같이 사임했다.
미쓰비시의 홈페이지를 보면 3대 강령이 있다. 사회공헌, 투명성, 글로벌 무역이 3대 강령이다.
사무라이 출신인 이와사키 야타로의 창업자(사진) 정신을 앞세우고 있다. 그는 코메이라는 공정과 떳떳함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공정하고 우아하게 행동하기 위해 개방성과 투명성을 유지할 것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쟁과 숫자를 늘리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항상 정직과 사회 정의가 무엇인지 염두에 두고 행동해야 합니다”
이런 미사여구가 무색하게 현실은 미쓰비시의 강령을 정면으로 어기는 비위가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2차 세계대전 때 유명한 일본의 제로 전투기를 정부에 납품하면서 급성장한 재벌이 미쓰비시다.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이 한국과도 악연이 많다. 지금도 한국인의 강제노역 배상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또 위안부 비하 논문을 쓴 하버드대의 램지 교수를 미쓰비시가 후원하면서 국제적 물의를 빚고 있는 기업이다.
이러한 조직적인 스캔들이 미쓰비시에서 오랜 기간, 반복해서 자행되는 이유는 뭘까?
사내 견제와 감독 기능의 자정 작용이 없었음을 미쓰비시는 스스로 시인했다.
일본 기업들의 막강한 기술 부서 권한이 컴퓨터 프로그램의 왜곡과 조작이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조직의 미쓰비시’ 구호처럼 사내의 치부와 문제점을 들춰내고 추궁하지 않으려는
똘똘뭉친 기업문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도 만만찮다.
임직원들이 실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조작을 묵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조작 행위는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회사를 위한 충정으로 포장되고 있다.
회사가 내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개인적 열정이라는 인식이 조직 내에 확산 됐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일본 기업들의 성장기에는 사내에서 치열한 비판과 견제가 있었지만,
안정기에 접어들어 이런 문화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소수의 사내 주도 세력이 회사를 좌지우지하면서 나머지 사람들은 순순히 따르거나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쓰비시의 이런 조직적인 조작 문화가 과연 우리 기업에는 없을까?
더구나 사회 곳곳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조작하는 일은 없을까?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음을 살펴볼 때다.
최로엡 loep@score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