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에서 방을 빼는 상장사들이 늘고 있다. 공매도 리스크를 덜어내는 동시에 수급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앞서 이전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는 도리어 떨어진 경우가 많아 투자자 유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비에이치는 이달 3일 코스피 이전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지난달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코스피 이전 상장 안건을 가결한 바로 다음 거래일에 해당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이전 상장은 추가 공모 없이 기존 주식이 거래되는 시장을 옮기는 것이다. 거래소가 상장을 승인하면 해당 기업은 코스닥 상장폐지 절차를 거친 후 코스피에서 매매를 개시한다.
비에이치가 코스닥에서 방을 빼려는 가장 큰 이유는 공매도 타깃에서 벗어나기 위함으로 파악된다. 현재 회사는 코스닥150에 속해 공매도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앞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지수가 폭락하자 2020년 3월부터 국내 주식시장 전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금지했다. 이후 지수가 회복되자 이듬해인 2021년 5월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재개했다.
비에이치는 작년 7월에 이어 올해 2월에도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된 바 있다. 직전 40거래일의 공매도 비중이 평균 5% 이상에 공매도 거래대금 자체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공매도가 이처럼 과도하게 증가한 종목을 적출해 공매도 거래를 제한하고 있다.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NICE평가정보도 유사한 이유로 코스피 이전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27일 정기 주총에서 코스피 상장 승인을 조건부로 코스닥 상장폐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거래소 상장예비심사 청구는 아직이다.
코스닥150 종목인 NICE평가정보 역시 그간 공매도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지난 2월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된 데 이어 이달에는 벌써 4번이나 코스닥 공매도 거래비중 1위를 차지했다. 회사 관계자는 “공매도를 완전히 배제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공매도 비중이 전체 거래량 대비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며 “(코스피로 이전하면) 앞으로는 이런 부분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SK에코플랜트의 품에 안긴 코스닥 상장사 SK오션플랜트(구 삼강엠엔티)는 이달 19일 코스피에 입성한다. 회사는 지난 1월 임시 주총에서 코스피 이전을 결의하고 이달 11일 거래소의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SK오션플랜트 또한 코스닥150에 속해 그간 공매도 과열 및 공매도 거래 상위 종목에 심심찮게 이름을 올렸다. 지난 5일에만 해도 공매도 비중이 전체의 30%에 달해 공매도 거래 상위 톱5를 찍었다.
회사는 다만 수급 개선과 대외 이미지 제고에 더 방점을 찍은 모습이다. SK오션플랜트 관계자는 “코스피 상장사로서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 시장에서의 신뢰도를 높이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들 기업이 실제 코스닥을 벗어나면 코스피200에 편입되지 않는 한 공매도 타깃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코스피 기업으로서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 유입 등 보다 안정적인 투자환경이 조성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오현진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이전 상장을 통해 가치평가 제고와 유동성 확보 등을 기대할 수 있다”며 “코스닥 종목일 때 늘어난 차입 공매도 잔고에도 상환 압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앞서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사한 기업들의 주가는 이전 상장 이후 대체적으로 하락세였단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해 거래 중인 상장사는 총 11곳(한국토지신탁, 동서, 카카오, 셀트리온, 더블유게임즈, 포스코퓨처엠(구 포스코케미칼), 콘텐트리중앙, 엠씨넥스, PI첨단소재, 아주스틸, LX세미콘)이다. 이 가운데 이전 상장 이후 주가가 오른 곳(지난 13일 기준)은 카카오, 포스코퓨처엠, LX세미콘으로 3곳에 그쳤다.
이승준 기자(sjlee@score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