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80) 전 국가정보원장이 정치인과 기업인, 언론인 등의 존안(存案) 자료를 뜻하는
이른바 ‘국정원 X파일’의 존재를 언급한 것을 두고 여권의 반발과 정치권 파문이 거세게 일어
대통령실은 “국정원장의 입이 이토록 가볍다”며 불쾌감을 드러냈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내세우려는 태도”라고 성토
국정원도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지적하자 박 전 원장은 “앞으로 공개 발언 시 유의하겠다”며 한발 물러서
앞서 박 전 원장은 10일 CBS 라디오에서 “국정원에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등 우리 사회의 모든 분들 존안 자료,
‘X파일’을 만들어서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X파일의 내용에 대해 “정치인은 ‘어디에 어떻게 해서 돈을 받았다더라’,
‘어떤 연예인과 섬싱이 있다’ 이런 것들”이라며 “공개되면 이혼당할 정치인이 상당할 것”이라고도 해
11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자료도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해
그는 윤 대통령 등 현 정부 정치인의 파일 존재를 묻는 질문에 “국정원법 위반하면 제가 또 감옥 간다.
한 번 갔다 왔으면 됐지 또 가야겠느냐”며 “그러니 디테일하게는 얘기 못 하지만 근본적으로 있다”고 답해
국정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사실 여부를 떠나 국정원장 재직 시 알게 된 직무 사항을 공표하는 것은
전직 원장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공개 활동 과정에서 국정원 관련 사항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경고
◇ 공수처, 박지원 ‘대선개입’ 기소 요구…’제보사주’는 무혐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재판에 넘겨야 한다고 최종 판단해
박 전 원장이 이른바 ‘고발 사주’ 사건 제보 과정의 배후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
공수처 수사2부(김성문 부장검사)는 13일 공직선거법(허위사실공표) 및 정보통신망법(명예훼손) 위반 혐의로
박 전 원장에 대한 공소 제기를 검찰에 요구했다고 밝혀…
공수처는 국정원장이 재직 시절 저지른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해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권은 없어
공수처는 박 전 원장이 지난해 9월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제보 배후설’을 부인하면서 “윤석열이 윤우진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관련 자료를 갖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이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으로 판단해
박 전 원장이 거론한 ‘윤우진 사건’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현직에 있던 2010∼2011년 세무조사 무마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육류업자로부터 금품 등을 받았다는 내용. 윤 전 서장은 2012년 경찰 수사를 피해 해외로 도피했다가 태국에서 체포돼 강제 송환돼
이후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2015년 윤 전 서장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려
윤 전 서장이 윤 대통령의 측근인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검사장)의 형인데다가, 윤 대통령과의 친분도 깊다는 점 때문에
윤 대통령이 2012∼2013년 당시 검찰 수사 무마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윤 대통령이 윤 전 서장에게 검찰 중수부 출신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의혹도 나와
검찰은 이와 관련 수사한 후 윤 대통령에게 혐의가 없다고 보고 지난해 12월 그를 불기소 처분해
박 전 원장은 공수처의 서면 조사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공수처는 당시 박 전 원장의 언론 인터뷰 내용 분석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이 윤우진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것과
‘관련 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부분 모두 허위라고 판단해
박 전 원장이 자신의 발언을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를 공수처에 제시하지도 않은 것으로 추정돼
공수처는 다만 국정원법(정치 관여 금지) 및 일부 공직선거법(공무원 등의 선거 관여 등 금지) 위반 혐의는 인정하지 않아
박 전 원장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과정에서 국정원장의 직위나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공수처는 박 전 원장이 해당 발언을 하게 된 배경인 ‘제보 사주’ 의혹도 혐의없음 처분했다.
박 전 원장과 함께 고발된 조성은 씨와 전직 국정원 직원으로 의심되는 성명불상자의 경우 공수처 수사 대상이 아니어서 사건을 대검찰청에 이첩해
이 의혹은 조성은 씨의 ‘고발 사주 사건’ 제보 과정에 박 전 원장이 개입했다는 내용이다.
수사팀은 “박 전 원장이 언론 제보에 관해 조씨와 협의하거나 성명불상의 전 국정원 직원이 관여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
박 전 원장과 조씨가 롯데호텔에서 만난 사실은 확인이 되지만 두 사람 모두 공수처 조사에서 언론 제보를 모의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김주용 기자 jykim@score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