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커피 프랜차이즈 빽다방이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아메리카노를 단돈 ‘500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열면서, 평일 점심시간임에도 긴 줄이 이어졌다.
매장 입구에는 ‘1인 최대 5잔까지 구매 가능’이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주문이 폭주하자 ‘주문 폭주로 인해 제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는 문구도 함께 게시됐다. 한 매장에는 ‘종이 캐리어 소진, 비닐 캐리어로 대체’, ‘포장은 셀프, 오늘까지만 부탁드립니다’라는 안내도 등장했다.
문제는 이 ‘상생 이벤트’가 주변 카페들에는 ‘생존 위협’이 됐다는 점이다. 더본코리아 측은 “가맹점주 지원 차원에서 본사 전액 부담으로 진행하는 행사”라고 밝혔지만, 정작 일선 매장 직원과 주변 상권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반응이다.
바로 옆 거리의 개인 카페 사장 A씨는 “최근 매출이 절반으로 뚝 떨어져 처음엔 무슨 일인가 했는데, 빽다방 행사가 이유였다”며 “손님들이 말해줘서 알았는데 이벤트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타사 프랜차이즈 카페 직원 B씨도 “이벤트 기간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점심시간에 한가하다고 느낀 게 오랜만이었다”고 말했다.
가산동 인근의 개인 카페 사장 C씨는 “빽다방과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사 기간 평소보다 매출이 10% 이상 줄었다”며 “이런 행사를 계속하면 진짜 주변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너무 크다. 끝났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라고 털어놨다.
빽다방 직원들도 입을 모아 “말 그대로 전쟁이었다”고 회상했다. 한 매장 직원은 “첫날에만 900잔이 나갔고, 오늘은 마지막 날이라 더 많았던 것 같다”며 “진짜 정신이 나갈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알바 입장에선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 다행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말했다.
빽다방 테이크아웃 전문 매장 매니저도 “점심에만 700~800잔 나갔고, 이후에는 전화도 못 받을 정도로 바빴다”며 “너무 정신이 없어 혼이 나갈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이번 더본코리아 이벤트의 현장 상황을 전하는 후기들이 쏟아졌다. 한 매장 직원은 ‘홀 이용 X’라는 안내가 붙은 매장 사진과 함께, 수백 잔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컵이 대기 중인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됐다.
한 빽다방 직원은 카페라떼 1000원 이벤트 당시 “아아 500원 시작되면 100잔 주문해도 겨우 5만원이라 대량 주문 들어올까 봐 벌써 눈물 난다. 이때다 싶어서 단체로 몰려올 것”이라는 예측성 후기를 남겼고, 그 우려는 그대로 현실이 됐다.
당시 또 다른 게시글에는 “오늘 죽다 살아났다. 우유 5박스도 모자라서 2박스를 급히 주문했다. 이걸 이틀이나 더 해야 한다니, 다음 주가 아메리카노 500원이라 겁난다”는 고백도 있었다.
또 다른 직원들은 “제빙기 바닥을 처음 봤다”, “라떼 천 원 이벤트 때도 설거지만 잔뜩 쌓여 있었다”이라고 고통을 호소했고 “백종원 고소할 것”이라는 농담 섞인 비명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이번 빽다방 할인 이벤트는 단순한 소비자 대상 프로모션을 넘어 백종원 대표와 더본코리아가 최근 겪은 각종 논란과도 무관치 않다. 위생 문제, 원산지 표기 의혹, 일부 브랜드 운영 논란 등으로 여론이 흔들린 가운데, 본사가 300억 원 규모의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상생형 할인’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책임 있는 모습을 부각하고, 가맹점주 지원 의지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이번 이벤트가 분명 도움이 된다”며 “브랜드 이미지 회복은 필요하지만, 현재 논란의 핵심은 가맹본부 대표의 도덕성과 윤리성에 대한 비판이기 때문에 이번 할인 행사는 부정적인 인식을 긍정적인 경험으로 전환하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하지만 이번 행사가 일회성으로 끝나선 안 되며, 변화의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며 “만약 이것이 전부라는 인식이 생기면 오히려 ‘돈으로 무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지속적인 개선 의지와 후속 조치를 통해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소비자 신뢰 회복에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차재희 기자(jhcha@score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