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사람이 이런 일을 했다는 사실에 매우 슬프고 충격을 받았다. 지금의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미국프로야구(MLB)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다저스)가 불법 도박 연루 의혹을 일축했다.
오타니는 26알(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7년 이상 함께해온 전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미즈하라가 불법 도박에 돈을 탕진하고 오타니의 돈에 손을 대 도박 빚을 청산한 혐의로
MLB서울시리즈 기간인 지난 21일 다저스 구단에서 해고된 지 닷새 만이다.
미즈하라는 불법 스포츠 베팅 브로커 매튜 보이어와 연관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 검찰은 매튜가 수백만 달러 규모의 불법 스포츠 도박판을 벌였고, 수사를 통해
전 마이너리그 야구선수 웨인 닉, 다저스 출신 야시엘 푸이그 등12명을 최근 기소했다.
◇”오타니 빚 갚아줘”→”오타니는 몰랐다” 미즈하라, 하루 만에 말 바꿔
미즈하라는 불법 도박을 인정하면서도 애초에 오타니가 자신의 도박 빚 450만 달러를
갚아주려고 도박업자에게 직접 송금했다고 언론에 진술했다.
그러나 오타니 측이 미즈하라가 도박 빚을 갚기 위해 그의 계좌에서 돈을 빼돌렸다는
입장이다. 오타니는 이 사실을 전혀 몰랐으며, 오히려 대규모 절도 피해자라고 반발했다.
그러자 미즈하라는 ESPN에 “오타니는 내 도박 빚 문제를 전혀 몰랐다”고
하루 만에 자신의 말을 번복했다.
미 연방 수사당국은 지난 1월 불법 도박업자 매튜를 수사하던 중 오타니가 매튜 측에
두 차례에 걸쳐 50만 달러(약 6억7천만원)씩 이체한 기록을 확인했다.
야구 종목에는 불법 도박을 하지 않았다는 미즈할의 주장과 달리
야구에도 베팅하고, 오타니가 이를 알았다면 합법·불법 도박과 관계없이
오타니는 1년간 경기에 출전할 수 없는 중대 사안이다.
미국 언론은 진상을 투명하게 밝히려면 오타니가 입장을 발표해야 한다고 압박해 왔고,
오타니는 마침내 26일 마이크 앞에 서기로 결정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오타니가 현재 알고 있는 내용과
현 상황에 관한 그의 생각을 밝히기로 해 기쁘다”며 “오타니의 기자회견이
우리에게 좀 더 명확한 정보를 줄 것”이라고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현재 미국 구세청이 미즈하라 사건을 조사 중이며
MLB 사무국도 이와 별도로 오타니 연루 여부를 들여다 보고 있다.
오타니는 미즈하라의 위법 행위가 알려진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계정 언팔로우를 하며 함께 찍은 사진들도 삭제했다. 미즈하라와 거리 두기에 나선
오타니가 기자회견에서 어떤 말을 할지 그의 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즈하라 잇페이는…
미즈하라는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캘리포니아에서 성장했고 고교때는 축구선수로
활약한 이력이 있다. 오타니와는 일본 팀인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미국 선수들의
영어 통역사로 일하면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MLB 경기뿐 아니라 사적인 영역까지 함께 하며 가족과 같은
동반자로 꼽혔다. 오타니가 MLB 서울시리즈를 위해 한국을 방문할 때도
미즈하라 부부와 함께 전세기에 탑승했다.
미즈하라는 개인 통역사일뿐 아니라 비자·운전면허·핸드폰 개통, 캐치볼 상대 등
생활 전반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미즈하라의 아버지가 일식집을
운영하면서 오타니의 식단을 직접 챙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타니는 미즈하라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오타니는 미즈하라에게
30만 달러(약 4억원)~50만 달러(약 6억6천만원)로 추정되는 연봉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프로 스포츠 구단에서 일하는 통역사 중 최고 대우다.
김중석 기자srkim@score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