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유승준 씨(미국명 스티브 유, 46)의 한국행 길이 열렸다.
한국행 재외동포(F-4)비자를 신청했다 거부돼 불복 소송에 나선 유승준이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서울고법 행정9-3부(부장판사 조찬영·김무신·김승주)는 13일 유승준이 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상대로 제기한
사증발급 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유승준은 2002년 해외공연을 이유로 군 입대 전 국외여행 허가를 받고 출국한 뒤 미국에 귀화했다.
병무청과 법무부는 그를 병역면탈자로 보고 2002년 입국금지자로 등재했다.
유승준이2015년 8월 재외동포 비자를 신청했다가 LA 총영사가 같은 해 9월 ‘병역면탈로 인한 입국금지 대상자’라는 이유로 불허하자
유 씨는 이에 반발해 소송전에 돌입했다.
당시 적용된 재외동포법 제5조 2항에 체류자격을 주지않을 수 있는 요건이 나열돼 있다.
그 중 2호에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국적을 취득한 경우’라고 규정돼 있다.
그런데 2호는 ‘다만 외국국적 동포가 만 38세가 되면 그러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이 있었고, 유 씨는 비자 신청 당시 연령 기준을 넘겼다.
다만 같은 조항에서는 ‘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외교관계 등 한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가 3호로 존재했다.
LA 총영사는 2020년 7월 유승준의 신청을 재심사하면서 3호를 근거로 거부 처분을 했다.
이번 소송의 1심 재판부는 유승준의 비자신청 거부는 3호에 부합한다며 지난해 4월 LA총영사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3호를 적용하는게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거부 처분서에 적힌 사유는 유승준이 2002년에 병역의무를 면탈했다는 것”이라며 “2호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2호가 예정·포섭하는 범위를 벗어나 별도의 행위나 상황에 관한 언급은 찾을 수 없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병역 기피에 대해 광범위한 사회적 공분이 일었고, 단지 대중의 법감정으로 치부할 수 없음을 인지했다”면서도
“법원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할 책무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 재외동포법은 2018년 이후 법이 개정되면서 병역을 기피한 외국 국적 동포의 경우 41세를 넘기더라도
법무부 장관이 재량에 따라 체류자격 부여를 거부할 수 있지만,
개정된 법은 2017년 이후 제출된 비자 발급 신청에 대해서만 유효해 유 씨는 적용을 면했다.
강민 기자 kyang12@score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