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박정제)는 27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교육감에 대해 “임용권자의 권한을 남용하고 국가공무원인 교원의 임용에 부당한 영향을 줘 교원 임용 과정의 공정성 및 투명성이 훼손되게 했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함께 기소된 전 비서실장 한모 씨(60)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 교육감과 한 씨는 2018년 10∼12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이 확정된 전교조 출신 해직 교사 등 5명을 부당하게 특별 채용한 혐의로 2021년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처음 수사한 ‘1호 사건’이다. 조 교육감은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즉시 항소를 해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항소심에서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조 교육감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조 교육감이 전교조 서울지부에서 특별 채용을 요구한 해직 교사 등 5명을 내정한 뒤 이들을 채용하는 걸 전제로 공개 채용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심사위원에게 부당한 영향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별 채용의 계기와 절차 진행 과정, 심사위원 선정 및 심사 결과 등을 종합해 볼 때 해당 특별 채용 절차는 공개경쟁을 가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 씨가 일부 심사위원에게 개별적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특정 지원자를 채용하는 것이 ‘조희연의 뜻’이라고 연락한 것과 실제 문자를 받은 심사위원들이 해직 교사 5명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는 점도 인정됐다.
조 교육감은 한 씨가 심사위원들에게 특정 지원자에게 유리한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 등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한 씨가 심사위원들에게 부당한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데도 (조 교육감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충분한 합리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조 교육감과 한 씨 모두 “금전적 이익이나 개인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는 점은 정상참작이 됐다.
조 교육감은 이날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해고자들을 더 폭넓게 품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받아 복직 결정을 한 것”이라며 “두 차례의 엄격한 법률 자문에 기반한 특채 과정을 진행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또 즉각 항소하겠다고도 했다.
항소심과 상고심에서도 금고 이상의 형 또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조 교육감은 물러나야 한다.
앞서 조 교육감은 2014년 선거 때 경쟁자였던 고승덕 전 의원에 대해 근거 없이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해 1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지만 2016년 대법원이 선고유예 판결을 내려 교육감직을 유지한 바 있다.
서울 최초의 3선 교육감인 조 교육감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으면서 시교육청 내부에선 “정책 동력이 약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 교육감이 당분간 재판 준비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기초학력 보장, 교육용 태블릿PC ‘디벗’ 등 3기 역점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지금까지보다 주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주용 기자(jykim@score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