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해 5~12월 전국 최초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를 시행해 19일 결과를 발표했다.
만19~39세 청년 5513명 및 청년이 거주하는 5221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하고, 조사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고립·은둔 청소년과 지원기관 실무자 심층조사(FGI·IDI)를 병행했다.
조사 결과 전체 서울 청년 285만5995명 중 고립·은둔 청년 비율은 4.5%로, 최대 12만9852명으로 추산됐다.
전국 단위로 보면 서울 송파구 인구(65만8000명)에 육박하는 6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시는 추산했다.
고립·은둔 생활 계기는 실직 및 취업난(45.5%·복수응답), 심리적·정신적 어려움(40.9%), 인간관계 부적응(40.3%), 외부활동 귀찮음(39.9%), 학교·사회생활 부적응(30.7%) 순이었다.
은둔생활 기간은 1~3년이 28.1%로 가장 많았고, 3~5년(16.7%), 6개월~1년(11.9%), 10년 이상(11.5%) 순이었다. 20~24세에 최초로 은둔을 시작한 경우가 39.0%였고 이어 25~29세(31.3%), 19세 이하(13.2%) 등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선 낭떠러지에 몰린 고립·은둔 청년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고립·은둔 청년의 89.8%는 지난 4주간 취업 활동을 하지 않았고 직장을 줘도 일을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유는 “일할 욕구가 없어서”(50.7%)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경제·학업 활동을 하지 않은 기간은 5년 이상(34.6%)을 가장 많이 꼽았다.
지난 2주간 교류한 사람을 묻는 말에 24.1%가 ‘없다’고 했다.
2주간 고립·은둔 청년의 평균 교류 인원은 2.71명으로 서울 청년 평균(8.77명)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우울할 때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56.0%), ‘직장·학교 등의 지인과 교류하지 않는다’(62.6%), ‘식사는 혼자 차려 먹는다’(47.3%) 등 위기 징후가 이어졌다. 이렇다 보니 78.2%가 우울 증상, 39.3%는 중증 수준의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이들 중 55.7%가 은둔생활을 그만두고 싶어했으며 43.0%는 실제 벗어나기 위한 시도를 해봤다.
‘취미 활동(31.1%)’, ‘일·공부(22.0%)’, ‘병원 진단·치료(15.4%)’ 등이었다.
연구팀 신인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고립·은둔 청년은 실패자 취급을 많이 받았고, 모든 책임도 가정에서 져야만 했다”며 “이들은 스스로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으나 극복할 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년 실업 같은 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어서 사회적 처방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3월 중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체계적 지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주용 기자(jykim@score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