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타니아호 사건과 마주한 미국의 맥주산업
1900년대 초 버드와이저는 매년 100만 배럴의 판매고를 올리며 미국인 75명 중 한명이 마셨을 정도의 성장을 이뤄냈다. 그와 함께 미국을 맥주의 천국으로 만들겠다던 안호이져 부시의 꿈도 실현되어 각 지역의 양조업자들까지도 맥주산업 부흥의 수혜자로 점차 부유해져 갔고, 20세기 초 슐리츠, 펩스트, 안호이져 부시, 밀러 등의 대형 맥주 회사들을 만들어 내며 미국 맥주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벌여나갔다. 하지만 맥주 양조산업은 서로의 경쟁보다 더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1915년 5월 7일 영국의 여객선 루시타니아호(Lusitania)가 독일 해군 잠수함의 어뢰공격에 의해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하여 미국인 128명을 포함한 승객과 선원 1195명이 사망하게 된다. 이 사건은 맥주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 중 하나로 거대한 후 폭풍을 몰고 오게 된다. 루시타니아호가 침몰했을 당시 미국의 맥주산업을 주도하고 있었던 독일계 양조업자들은 한순간 미국인들의 분노로 인해 눈 밖에 나고 만다. 미국인들은 맥주를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사람 중 안호이져 부시, 쿠어스, 슐리츠, 필스, 트로메르스 등의 독일식 이름을 가진 맥주회사의 제품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미국의 금주법 시행과 맥주회사들의 신제품 개발경쟁
1920년 1월 16일 금주법이 발효되자 독일계 맥주회사들은 물론 모든 맥주회사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당시 맥주 문화는 이미 미국인들의 생활 속 깊숙이 자리매김했기 때문에 맥주 제조와 판매가 불법이 될 수 있다는 예측을 전혀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금주법으로 인해 수 많은 맥주 회사들이 살길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맥주가 아닌 다른 제품들까지도 만들기 시작하게 된다. 그 종류로는 냉장 캐비닛, 제빵용 이스트, 맥아시럽, 아이스크림 등이었다. 또한 일부에선 맥주를 직접 만들어 마시는 사람들까지 등장했다.
맥주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했다. 맥아당에 물을 넣고 1시간 동안 홉Hop과 함께 끓여주고 마지막에 이스트만 넣어주면 되었기 때문이다. 금주법 발효 이후 알코올 함유량 기준을 0.5%이하로 제한했기 때문에 맥주회사들은 순한 맥주를 신상품으로 개발해 내기 시작했다. 안호이져 부시에선 무알코올 맥주 베보Bevo, 밀러에선 비보Vivo, 펩스트에선 파블로Pablo가 새롭게 선보이며 금주법 시행이후의 환경에서 살아남으려 노력했다.
1933년 4월 17일 루즈벨트 대통령이 헌법 수정 제21조에 서명함으로써 마침내 13년간의 미국 금주법은 폐지되었다. 하지만 미국의 맥주산업은 이미 큰 타격을 입은 후였고 전국 1500여 개의 맥주회사 및 양조장 중 절반 이상이 파산하고 말았다. 금주법 시행 13년간의 시간은 미국의 양조업자들에게 뼈아픈 시련의 시간이었으나 맥주산업 전반적으로는 새로운 시도와 경쟁을 통해 신기술 개발의 포문을 열게 된 계기가 되었다.
전쟁의 화마 속에 기억되는 작은 위로 ‘캔 맥주’
금주법 이후 살아남은 맥주회사들은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되고 그 결과 캔 맥주를 개발해 내기에 이른다. 음식을 캔에 담는 기술은 19세기 초부터 존재해 왔으나 음료에 이를 적용한 사례가 없어 캔 맥주의 제품 상용화를 위해선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해야만 했다.
우선 캔에 맥주를 담을 경우 맥주에 함유된 탄산으로 인한 압력으로 이음부분이 터져 캔이 폭발할 위험이 있어 맥주를 캔에 담아내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맥주를 캔에 넣을 때 이음부분의 쇠 성분이 맥주에 닿아 쇠 맛이 나게 되는 문제점도 안고 있었다. 하지만 1930년대에 통조림 제조업에서 그 해결책이 나왔다. 탄산의 압력을 견뎌낼 수 있는 두꺼운 철을 생산해 캔을 만들고 왁스코팅 기술을 개발해 맥주의 쇠 맛을 사라지게 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1935년 크로버 맥주회사에서 처음으로 캔 맥주를 생산, 판매했지만 캔 맥주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건 제2차 세계대전 때였다. 미국은 포장과 운송이 편리한 캔 맥주를 병사들의 주류 보급품으로 채택했고 전쟁의 화마 속에서의 시원한 맥주 한 캔의 기억은 전쟁 후 귀향한 병사들로 인해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1961년엔 피츠버그 맥주회사에서 뚜껑을 고리로 만들어 딸 수 있는 캔 맥주를 출시한다. 병따개나 캔 오프너가 필요 없이 고리만 당기면 열리는 캔 맥주의 출시는 지금까지는 시도 된 적이 없었던 편리함까지 갖춘 새로운 제품이었다
출처 : 시사캐스트(http://www.sisacast.kr)
글 : 박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