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룰 시행 곳곳서 잡음… 소비자 혼란

25일 트래블룰 시행됐지만 입출금 가능한 해외 거래소 제각각
업비트, 빗썸·코인원·코빗 간 연동도 한 달 미뤄져
전문가 “세세한 부분은 업계 논의 통해서 수정해가야”

25일 ‘트래블룰(travel rule)’이 시행됐지만 국내 거래소 연동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등 잡음이 첫날부터 발생하는 모습이다. 본래 업비트를 포함한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4곳의 경우 트래블룰 시행 전 서로 거래 연동을 가능하게 한다고 했으나, 이는 1달간 유예됐다.

트래블룰이란 거래소 간 가상자산 이동 기록을 모두 수집해 보관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3월 시행된 개정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도입됐다.

트래블룰 적용 대상은 가상자산사업자가 표시하는 가상자산의 가액을 원화로 환산한 금액이 100만원 이상인 경우다. 이 경우 이전하는 사업자는 가상자산을 보내는 고객 이름, 가상자산 주소 등 개인 정보를 이전받는 사업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만일 금융정보분석원장이나 이전받는 가상자산사업자가 이러한 정보를 요청하는 경우, 요청을 받은 사업자는 3영업일 이내에 보내야 할 의무가 생긴다. 또한 거래 관계가 종료한 때부터 수집된 송·수신인의 정보를 5년간 보관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시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 등 징계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앞서 업비트는 두나무 자회사 람다256이 개발한 베리파이바스프(VerifyVASP)를 트래블룰 솔루션으로 사용하겠다고 했다. 반면 빗썸·코인원·코빗은 합작 개발한 코드(CODE)를 적용한다. 이어 양측 모두 트래블 룰 도입 시기에 맞춰 두 솔루션이 연동 가능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다만 두 솔루션 간 연동은 한 달간 유예됐다. 시스템 간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스템 간 연동은 오는 4월 24일로 예정됐지만, 그 기간에 투자자들은 거래소 간 거래가 불가능해졌다.

이마저도 확실한 것은 아니다. 추후 상황에 따라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동 시기를 24일로 예정했지만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또 한차례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코드도 세 거래소 간 아직 완전 연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기술적 문제로 빗썸이 오는 4월 8일로 연동을 연기하면서다. 지난해 말 기자 간담회를 통해 올해 1월부터 연동 가능하게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3개월 넘게 미뤄진 셈이다.

거래소마다 해외 입출금이 가능한 거래소가 다른 점도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현재 업비트는 업비트 싱가포르·인도네시아·태국 등으로만 입금이 가능하다. 추후 바이낸스 등 주요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도 넓힐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공지하지 않았다. 빗썸의 경우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 13곳 해외 거래소 입출금이 가능하다. 코인원과 코빗도 바이낸스와 거래는 가능하나, 세세한 부분에선 차이가 있다.

업계 관계자들도 세부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한 관계자는 “거래소마다 연동 가능 거래소 등 다른 부분 때문에 혼란스럽다”며 “세부 가이드라인도 정해지지 않아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트래블룰 도입이 시기상조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국내 주요 4대 거래소가 서로 호환이 안 될뿐더러, 만일 국제 표준이 등장하게 된다면 이에 다시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이번 트래블룰의 경우 여러 비효율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며 “국제적인 표준이 없는 상태이기에 추후 상황에 따라 다른 국가와 통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공하는 정보에 대해서도 어떤 식으로 관리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며 “누구를, 또는 무엇을 위한 트래블 룰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도입 자체에 의의를 둔 전문가들도 있다. 가상자산을 통한 자금 세탁을 방지하고 소비자 보호를 제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선영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트래블룰이) 빨리 도입된 면이 있긴 하다”며 “그러나 전 세계 추세도 자금 세탁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지금 불거지는 부분은 ‘성장통’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문제 소지가 있는 세세한 부분은 업계 논의를 통해 발전해 나가면 된다”고 조언했다.

출처: 조선비즈(https://biz.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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