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중국의 소수민족 중 하나’로 적나라하게 표현된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생중계됐다. 개막식 동영상은 40억 클릭이 넘을 정도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면서 ‘대한민국의 창피함’은 오롯이 우리 몫이 됐다.
개막식에는 한복을 입은 소녀가 포함된 중국 내 56개 소수민족 대표가 중국 오성홍기를 나르는 장면을 연출했다. ‘붉은 수수밭’ 영화로 세계적인 감독 명성을 얻은 장이머우가 개막식을 지휘했다. 시진핑의 중국 공산당이 장이머우를 가만히 놔뒀을까? 예술적인 연출은 몰라도 정치적인 부분은 중국 공산당이 전부 개입했음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래도 한 단면을 보자.
중국은 성화 봉송 주자에 인민해방군 장교 치파바오를 넣었다. 그는 2020년 6월 인도와 국국 국경분쟁지역인 갈완 계곡에서 벌어진 양국 군인 간 몽둥이 충돌 때 연대장이었다. 양국은 국경갈등으로 1962년 전쟁까지 치렀지만 여전히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당시 머리를 다친 치파바오는 중앙군사위원회로부터 ‘국가와 국경을 지킨 영웅 연대장’ 칭호를 받았다. 기본적으로 정치색을 빼야 하는 지구촌 올림픽 정신과는 딴판으로 중국 내국용 올림픽으로 의미를 끌어 내린 셈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가 중국의 인권탄압을 이유로 선수 이외에 공식 외교사절을 보내지 않기로 한 상황과는 매 한 가지이지만 또 다른 차원이다.
분노한 인도 정부는 개막식 이틀 전임에도 불구하고 유감을 표시하고 외교적 보이콧을 만방에 선언했다. 중국 주재 대리대사마저 개, 폐회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나라의 독립 국가로서 인도의 국민적 자존심만큼은 지킨 셈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어떤 대응을 했을까? 전통적인 한미동맹을 “우리는 자주 국가”라며 미국의 요구를 뿌리치고 고민 끝에 외교적 보이콧을 거부한 것까지는 국민이 이해했다.
하지만 시진핑 공산당이 치밀하고 오랜 ‘한복 공정’으로 대한민국을 중국의 소수민족으로 깎아내린 행사장에 정부 대표가 한복까지 입고 멍청히 앉아 있었다. 정부 대표로 참석한 황희 문화체육부 장관이 붉은 한복을 입고 개회식에 참석해 중국의 ‘한복 공정’을 더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세계적인 놀림거리인 줄도 모른 채 히죽거리며 앉아 있었다.
자존심도 없고 인도 정부만치도 못한 후진국 정부 티를 냈다. 중국으로부터 역사적 치욕을 가장 많이 당한 대한민국 국민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북한 김정은 바라기로 아무리 국가 실리를 위한 외교적 인내라고 주장해도 무능한 문재인 정부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그나마 이재명, 윤석열 등 여야 대통령 후보들이 맹비난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적 침묵’에 환멸을 느낀 국민은 다소나마 안심할 정도였다.
여론이 들끓자 뒤늦게 황희 장관은 “중국 측에서는 조선족이 소수민족 중 하나라고 표현해 안타깝고, 양국 관계에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나라를 운영할 능력이 이 정도로 없다면 며칠 남지 않은 퇴임 날까지 기다릴 것 없이 하루라도 빨리 스스로 정권을 내려놓는 게 나을 듯싶다. 이게 나라냐?
최로엡 loep@scorep.net
*사진=유투브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