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광고에만 143억 쓰더니” 수백억 적자에 ‘낭패’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이 지난해 수백억원대 영업손실 기록했다. 가상자산 시장 침체로 인한 거래수수료 급감과 광고비 집행이 전년 대비 5배 늘어난 것이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코빗의 매출은 전년(226억원) 대비 81% 감소한 43억3000만원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358억원으로 전년 손실액인 27억보다 적자폭이 13배 가량 커졌다.

지난해 5월 테라·사태에 이어 6월 셀시우스·스리애로, 11월 FTX 등 주요 글로벌 가상자산 업체가 연쇄 파산한 후폭풍으로 ‘크립토 윈터’(가상자산의 겨울)가 장기화되면서 거래 대금이 반토막 났다.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가 전체 매출의 99% 이상 차지하는 거래소들은 지난해 4분기부터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코빗의 거래 수수료도 전년 동기 대비 81%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코빗의 적자폭이 커진 것은 무리한 광고비 지출 탓도 있다. 지난해 코빗의 광고선전비는 전년 동기 대비 5배 증가한 143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6억8500만원, 2019년 10억2300만원, 2020년 2억7200만원, 2021년 29억2900만원으로 점진적으로 증가하다 작년 들어 광고비 지출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코빗은 지난해 공격적인 광고와 마케팅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집중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에서 업비트·빗썸·코인원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는 코빗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선 인지도를 높이는 방법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해서다.

이에 코빗은 적자까지 감수하며 대대적인 광고에 나섰다. 지난해 배우 마동석과 주현영을 모델로 발탁하고, 2013년 창사 이래 최초로 TV광고를 송출했다. 이와 함께 유튜브 광고, 서울 도심 일대 버스 정류장이나 버스 랩핑 광고 등을 병행해 브랜드 알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무리한 광고비 지출은 적자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전년 대비 150억원 증가한 영업비용이 매출을 견인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영업손실로 반영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상자산 시장의 침체기까지 오면서 코빗은 올해 광고비 지출을 효율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

코빗은 올해 TV광고를 진행하지 않는 대신 유튜브 광고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마동석이 출연하는 새로운 광고를 유튜브에 공개해 코빗이 안전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코빗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인지도를 올리겠다는 차원에서 배우 주현영과 마동석을 모델로 기용해 광고비 지출을 크게 늘렸다”며 “하지만 작년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해서 올해는 비슷한 규모의 광고비를 집행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재희 기자(jhcha@score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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