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무당층 역대급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2030세대 무당층이 역대급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정치권에서 천 원의 아침밥, 학자금 대출 이자 면제, 청년 교통·통신비 지원 등 2030세대를 위한 정책을 내는 배경이다.

유권자로서 2030세대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20년 21대 총선부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 결과에 따르면 21대 총선에서 만 18~39세 유권자는 1494만여 명으로 전체 유권자 4396만여 명의 34%를 차지했다. 38.7%를 차지하는 4050세대 다음으로 높은 비율이었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작년 대선에서는 ‘이대남’, ‘이대녀’의 표심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됐다.

2030세대 무당층은 정말 역대급으로 높을까. 한국 갤럽에서 매주 발표하는 ‘데일리 오피니언’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20대와 30대의 정당 지지도를 분석했다. 2020~2023년 4월까지 3년 치 월별 통합 자료를 살펴봤다.

2020년 20대 정당 지지도를 살펴보면 1년 내내 민주당 지지율은 28~36%을 기록하며 국민의힘을 앞질렀다. 국민의힘은 9~14%대 낮은 지지율에 머물렀다. 핵심은 무당층이다. 4, 5월을 제외하고 무당층 비율이 줄곧 양당 지지율을 웃돌았다. 12월 무당층 비율은 51%로 20대 절반 이상이 지지 정당이 없었다. 전체 무당층을 훨씬 웃도는 수치였다.

30대의 경우 20대와 달리 1년 내내 민주당 지지율이 무당층보다 높았다. 20대와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0~16%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양당 지지율 차이가 가장 큰 5월을 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55%, 국민의힘은 10%로 45%포인트 차이가 났다.

2021년에는 국민의힘 지지도 상승세가 눈에 띄었다. 20대에선 11월에 최고 지지율 29%, 30대에선 10월에 29%를 기록했다. 20대의 경우 9월 이후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지르기도 했다. 20대와 30대 국민의힘 지지율이 모두 10%대였던 2020년과 상반되는 결과다.

하지만 20대에서 무당층이 가장 높은 것은 여전했다. 30대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이 여전히 높았다. 다만 4월 재보궐선거 이후 하반기로 갈수록 양당 지지율 차이가 줄어드는 것이 유의미했다. 1월에 29%포인트 차이였다면, 10~11월엔 7%포인트 차이였다. 4월 이후 30대 무당층이 전체 무당층을 웃돌았다.

2022~2023년 20대 정당 지지도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무당층 상승 추세다. 올해 4월 20대 무당층은 53%로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0대 절반 이상이 지지 정당이 없는 상황에서 양당 지지율 차이는 점점 줄어들었다. 2020년 이후 양당 지지율 차이의 최댓값이 26%포인트(2020년 11월)였다면 2022년 최댓값은 11%포인트에 불과했다. 2020년 양당의 지지율 차이가 가장 작았을 때인 16%포인트(8월)보다도 낮다. 올해 1~4월, 20대 절반 가까이 무당층을 기록하며 양당 지지율차는 3~5%포인트에 그쳤다.

30대 무당층도 전체 무당층을 내내 앞질렀다. 2020~2021년에는 민주당 지지가 높았다면, 2022년 들어 그 흐름이 꺾였다. 이에 따라 양당 지지율 차이도 줄어들었다. 2020년 양당 지지율 차이의 최댓값이 45%포인트(5월), 최솟값이 23%포인트(12월)였다면, 2022년에는 최대차가 15%포인트(4, 9월), 최솟값이 1%포인트(6월)이었다.

2022~2023년 4월까지 20대 남녀의 정당 지지도를 각각 살펴봤다. 올해 들어 20대 남성 무당층은 50%, 20대 여성은 60%에 육박했다. 하지만 위의 자료에서 무당층을 제외하고 보면, 20대 남성은 국민의힘, 20대 여성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섣불리 판단할 위험이 있다.

핵심은 무당층을 고려하는 것이다. 20대 무당층이 전 세대 중 가장 많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2020~2023년 4월까지의 갤럽 자료에서 만 18~29세 무당층이 가장 많았고, 30대가 그 뒤를 따랐다. 20대 무당층이 30~40%대라면, 40대 이상 무당층은 10~20%대에 그쳤다. 20대 정당 지지도 해석에 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3년 치 자료를 종합하면, 2030세대 무당층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지난 4월 20대 무당층 53%는 최근 3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였다. 20대 무당층은 3년 내내 모든 달에서 전체 무당층 비율보다 높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30 무당층은 항상 많았다”라면서도 최근 무당층 급증의 원인으로 2030세대의 정치에 대한 실망을 언급했다. 이 교수는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에서 20대 남성은 국민의힘, 20대 여성은 민주당에 기대를 걸었지만 현재는 희망을 버리고 떠난 상황”이라면서 “믿을 만한 당이 없다고 느끼는 상황이라 부동층이 많이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선거가 다가오면 무당층 비율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20대 남녀 표심이 어느 쪽으로 쏠릴지는 앞으로의 각 당의 이슈, 경쟁 구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주용 기자(jykim@score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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