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4.6조원 ‘최악’ 적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한파’로 올해 1분기 DS(반도체)부문에서만 4조6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DS부문은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지만 MX(모바일 경험) 부문이 갤럭시 S23 시리즈의 판매 호조로 실적이 개선되면서 전사 차원의 영업손실은 면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연구개발(R&D), 시설 등에 역대 최대 규모를 투자하며 미래를 대비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4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5% 감소했다고 27일 공시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처음이다.

반도체 업황 악화가 ‘어닝 쇼크’의 배경이 됐다. DS부문 영업손실은 4조58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8조4500억원)와 비교하면 무려 13조원 가량 빠졌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26조8700억원에서 13조7300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반도체 시장 전반이 악화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재고가 쌓이면서 반도체 가격이 크게 하락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는 D램의 경우 서버 등 고객사 재고가 높아 수요가 부진했다”면서도 “낸드는 수요 약세에도 고용량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해 비트그로스(bit growth, 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가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또 “시스템LSI(비메모리 반도체)는 모바일, TV 등 주요 응용처의 수요가 급감해 실적도 하락했다”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도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위축되고 고객사 재고 증가로 주문이 감소해 실적이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모바일, 가전 등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이 반도체 적자를 상쇄했다. DX부문 1분기 영업이익은 4조2100억원으로, 대다수가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 사업(3조9400억원)에서 비롯했다.

삼성전자는 MX부문의 선전이 지난 2월 출시된 갤럭시 S23 시리즈에서 비롯했다고 설명했다. 갤럭시 S23 시리즈는 국내 판매량이 100만대를 돌파했고, 전 세계적으로는 1100만대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남미, 유럽, 중국, 인도 등에서 전작보다 높은 판매량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부터 반도체 감산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하반기 수요 회복을 기대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25년만에 처음으로 감산을 공식 인정한 바 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감산으로) 상반기에 고객사 재고 조정이 진행돼 하반기 수요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미래에 대비한 투자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시설투자에 1분기 기준 최대 규모인 10조7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이중 반도체에만 9조8000억원을 집중했다. R&D에는 6조5800억원을 투자해 지난 분기에 이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김 부사장은 이와 관련 “전년과 유사한 수준의 캐펙스(시설투자)는 유지하며 R&D 비중은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주용 기자(jykim@score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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