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공급망 덫’을 어찌할꼬

글로벌 공급망 대란 쇼크 어디까지

미국 기술 대기업인 애플이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 자리를 29일(현지 시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내줬다.

애플은 반도체 등 부품 공급난으로 인해 아이폰과 맥북 판매량이 예상보다 크게 부진했기 때문이다.

애플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올린 것은 4년 만일 정도다. 사정은 아마존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기업들마저 이같이 핵심부품 공급망 대란을 피하지 못하고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전 세계 산업에 걸쳐 글로벌 공급망 붕괴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반도체 공급난은 당초 자동차 산업을 강타했을 때만 해도 일시적이고 부분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가전제품, 의료기기 등 산업 전반에 걸쳐 확산 일로에 있다.

스마트폰 업계의 경우 공급난으로 성장률이 절반에 그칠 전망이다.

의료장비업체인 로열필립스도 부품 부족으로 기계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 매출과 수익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아이코스 전자담배도 수십만 개를 만들지 못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경우 주문에서 납품까지 걸리는 대기시간은 평균 19주에서 22주로 늘었다.

웰스파고투자연구소는 반도체 공급난은 2023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나이키는 아시아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을 북미지역으로 가져오는데 무려 80일이 걸린다고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보다 2배 더 걸리는 셈이다.

유통업체인 코스트코는 물량확보의 어려움으로 키친타월·생수·휴지 판매 수량까지 제한하고 있다.

요즘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공급망 비상’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당장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의 공급 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항만을 24시간 가동하는 ‘90일간의 질주’ 비상 작전을 선포했다.

그렇지만 항만의 병목 현상은 내년 초나 돼야 풀릴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집권하면서 ‘미국의 더 나은 재건’을 외쳤다. 이 구호를 좌절시킨 건 반도체 등 주요산업의 공급망 위기였다.

이에 따라 중국, 한국 등 다른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미국 자체의 기술과 부품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전략을 급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이런 물류대란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현재 미국 LA 항과 롱비치 항에는 77척의 선박이 바다 위에서 정박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최대 정박 대기 선박 수는 17척임을 고려하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전 세계의 항만 혼잡도를 표시하는 클락슨 항만 정체지수가 최고치에 이른다.

바이든은 세계적인 공급망 붕괴에 대처하기 위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에서 ‘공급망 비상 글로벌 정상 회의’를 긴급 주관하기도 했다.

바이든은 글로벌 물류대란은 세계 경제의 최대 불안요인이라며 각국의 공동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의 공급망 동맹 강화는 중국의 반발 우려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이 말하는 안전한 공급망 확보는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글로벌 공급망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이 회의에 참석했다. 세계적인 공급망 대란에 우리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축산업계에서 쓰는 볏짚까지도 물류대란으로 수입량이 20% 정도 줄어들면서 값이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세계 경기회복세가 본격화되면 공급난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부 업체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운송까지 검토하고 있다.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차원의 다각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최로엡 loep@score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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