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천덕꾸러기 된 대한민국 우유의 진실?

축산농가는 젖을 짜도 팔 데가 없어 내다 버리고,

우유 회사는 비싸게 할당된 원유를 떠안아 재고로 쌓아 놓고,

대신 국내 원유보다 값싼 수입 우유를 들여와 수익을 남길 수밖에 없고,

경영악화를 핑계로 각종 우윳값을 줄줄이 인상하고,

국민은 미국·영국·일본보다 몇 배 비싼 우유를 사 먹고…

 

세계 경제 10대 강국인 대한민국의 우유 경제 사이클이 이렇다. 농가·기업·국민 모두가 피해만 보는 악마의 시스템이다.

이걸 몇 년째 수수방관하고 있는 게 현재의 대한민국 정부다. 국민 세금으로 월급 받는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김부겸 국무총리,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서울우유협동조합에 이어 남양유업, 빙그레 등은 경쟁하듯 우유와 가공제품값을 올리고 있다.

서울우유는 평균 5.4%, 남양유업은 4.9%, 빙그레는 최고 7.1%까지 올렸다.

국민들이 즐겨 먹는 바나나맛우유는 1400원에서 1500원으로 7.1% 올렸다.

업체들은 “국내 축산농가들이 원유값을 또 올리고 부자재값도 올라 견디기 힘들다”며

“경영효율화를 통해 인상 요인을 줄이려 했으나 불가능했다”고 호소한다.

 

문제의 뿌리는 지난 2013년 구제역 파동으로 농가가 어려울 때 만든 정부의 착한(?) 원유가격 연동제다.

수급과 상관없이 매년 물가상승률과 생산비 증가분만을 따져 축산농가의 원유가격을 정하기로 했다.

우유 업체들은 연간 할당된 원유를 의무적으로 사야 한다.

하지만 우유 소비는 저출산, 인구감소 등의 영향으로 매년 크게 줄고 있다.

군(軍)에서도 의무적으로 급식 제공되던 흰 우유를 점차 줄여 2025년부터는 원하는 사람만 먹게 된다.

연간 393회 제공되던 흰 우유를 내년에는 313회, 내후년에는 235회로 줄인 뒤 2025년부터는 완전 폐지하기로 했다.

이렇다 보니 재고가 쌓여가고 있다. 현재 분유 재고만도 1만t 이상이다.

우유 소비량도 매년 내리막으로 1인당 26.3㎏으로 떨어졌다. 21년 만의 최저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학교급식까지 줄어 더 고전하고 있다.

 

국산 원유로 만든 우유는 ‘팔면 팔수록 손해나는’ 구조다.

업체들은 비싼 국산 원유보다 값싼 수입 원유를 쓰는 편이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국산원유(㎏당 1051원)보다 수입원유(400원대)가 절반 수준이기 때문이다.

우유 수입은 지난해 기준 1만982t이다. 매년 수입이 늘어나 4년 전보다 8배나 증가한 것이다.

 

악순환은 다시 축산농가 피해로 고스란히 되돌아간다.

우유 소비가 줄어 재고가 쌓이고, 수입품이 늘면서 축산농가의 원유는 팔지 못하고 버려지는 처지다.

매년 원유를 팔지 못하고 헐값에 넘기거나 버려지는 원유가 생산량의 15%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원유가 이렇게 버려질 정도로 넘쳐나도 국민은 우유를 비싸게 사 먹어야 한다.

레바논 같은 후진국 수준으로 비싼 우유를 먹는다. 세계에서 8번째로 비싸게 먹는다.

미국은 84위, 영국은 46위, 일본은 17위다.

이게 21세기 대한민국 경제 시스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농가를 위하는 척 ‘착한 정부’ 행세만 하지 말고, 수습할 능력조차 없다면 그냥 시장 자율에 맡겨 두든지.

이젠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엉망진창 된 국민경제를 생각하면 하루라도 뭉그적거릴 시간이 없다.

최로엡 loep@score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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