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막힌 中 전기차 줄도산… “3년 안에 70%는 사라진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에 힘입어 혜성처럼 등장했던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적은 판매량, 높은 지출로 적자가 커진 가운데 코로나19 기간 자본시장 상황도 좋지 않아 투자금마저 말라버렸다. 여기에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로 업체 간 가격 경쟁까지 벌어지자 자금난이 심각한 기업부터 쓰러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대대적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이며, 향후 2~3년 내 전기차 회사 최대 70%가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9일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과 매일경제신문 등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웨이마자동차(威馬汽车)가 하이난성에서 운영하는 매장 6개를 모두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상하이 칭푸구의 소비자보호위원회는 웨이마의 경영 상태가 심상치 않다며, 소비자들의 신중한 구매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하이난성에서만 2000여명의 소비자가 애프터서비스와 부품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마는 한때 웨이라이·샤오펑·바이톤과 함께 중국 전기차 ‘4소룡(小龍)’으로 불렸다. 2015년 설립 후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은 물론, 홍콩 최대 재벌로 ‘아시아의 워런 버핏’이라 불리던 리자청(李嘉誠) 청쿵그룹 회장의 투자까지 받았다.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70억4000만달러(약 9조3500억원)의 몸값을 자랑하며 홍콩증권거래소에 기업공개(IPO)를 신청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부터 판매 부진과 적자 확대로 직원 임금 삭감, 경영진 절반 축소 등의 소식이 전해졌고, 결국 IPO 신청 효력이 상실됐다. 웨이마는 올해 1분기 전기차를 단 한 대도 팔지 못했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곳은 웨이마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전기차 스타트업인 톈지자동차(天际汽车)는 지난 3월 생산 중단과 함께 직원 월급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낮춰 불만을 샀다. 아이츠자동차(爱驰汽车)는 2개월째 임금이 밀려있고, 레이딩자동차(雷丁汽车)는 200여건의 계약 분쟁, 채무불이행 소송 등에 시달리다 결국 파산 신청을 했다.

이들의 실패는 판매 전략의 부재로 인한 국내 시장 실패, 자금 조달 난항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이츠에서 최근 퇴사한 익명의 한 직원은 “아이츠를 비롯해 최근 경영 위기에 봉착한 스타트업들의 경우 지난 몇 년간 발전 모멘텀을 잡지 못했다”며 “아이츠는 줄곧 국내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했고, 톈지는 제품 정의와 자금 융통력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제일재경에 말했다.

여기에 올해부터 테슬라와 BYD 등 대기업들이 줄줄이 가격 인하에 나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점도 이들의 시장 퇴출을 앞당겼다. 판매량이 적고 자금이 부족하다보니 경쟁에 나설 체력 자체가 되지 않은 셈이다. 2020년 이후 자본시장이 전기차 기업에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점도 자금난을 악화시켰다. 추이둥수(崔東樹) 중국승용차시장신식연석회(CPCA) 사무총장은 “올해 복잡한 시장 상황은 판매 규모가 작고, 자금이 부족한 전기차 브랜드의 도태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CPC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아이츠는 536대, 톈지는 237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핑안증권은 “새로운 자동차 회사들의 높은 R&D 투자, 급속도로 확장하는 판매 및 서비스 채널은 실적을 계속 저하시킬 수밖에 없다”며 “이들이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려면 연간 800억위안(약 15조원) 규모의 매출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들 스타트업의 전기차 대당 가격이 20만~40만위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20만~40만대는 팔아야 하는 셈이다.

세계 경제 침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등으로 인해 전기차 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창안자동차(长安汽车)의 주화룽 회장은 “보수적으로 봤을 때, 향후 2~3년 안에 60~70%의 브랜드가 통폐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지운 기자(hwang.jiun@score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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