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이전 1년…’북적북적’ 삼청동·’180도’ 달라진 용산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청와대 춘추문 근처 골목은 외국인과 나들이객으로 북적였다. 상인들은 “한 번 둘러보고 가라”며 한국어와 외국어를 섞어가며 반갑게 관광객들을 맞았다.

이곳에서 장신구를 판매하는 상인 A씨는 “관광객이 몰리면서 장사가 좀 되기 시작한다”며 “코로나까지 풀려 앞으로 기대된다”며 방긋 웃었다.

◇ 324만명 다녀간 청와대…인근 상권 매출 48%↑ ‘껑충’

이처럼 청와대 인근은 1년만에 우리나라 정치·행정의 중심지에서 대표 관광지로 탈바꿈 중이었다. 상권과 분위기 자체가 아예 바뀌었다. 과거엔 공무원과 민원인들이 북적였다면 이제는 인사동·명동 같은 관광지의 모습을 풍기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청와대 개방 1년 누적 방문객 수는 34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청와대 주변 서촌이나 북촌 음식점과 카페, 편의점 카드매출액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4월과 비교할 때 48% 증가했다는 KB국민카드의 분석 결과도 있다.

다만 과거엔 밤 늦게라도 찾던 공무원의 발길이 끊겼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상인들도 있었다.

청와대 근처 호프집 주인은 “(대통령실 이전 전에는) 청와대에 계신 분이 많이 왔었다는데 이제 그렇지 않아 밤 10시로 영업시간을 축소하고 알바생도 줄였다”며 “근방에 감사원이 있지만 저 언덕 꼭대기에 위치해 감사원 직원들이 잘 안 내려온다”고 털어놨다.

청와대 인근 주민들은 ‘1년 사이 바뀐 분위기’를 환영했다. 집회·시위가 급격해 줄었다는 이유에서다. 효자동 거주민 B씨는 “시위가 많이 줄고 조용해져 무엇보다 좋다”며 “1년 만에 분위기 자체가 확 달라졌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인근 상권 ‘방긋’…주민들은 집회·시위로 ‘울상’

대통령실이 자리 잡은 용산 일대도 상권과 분위기 자체가 180도 달라졌다. 특히 삼각지역 바로 옆 대구탕 골목은 그것을 가장 크게 체감하는 상권이다.

이 골목 대구탕집 사장은 “이전엔 군복 입은 군인만 왔다면 1년 사이에 대통령실 직원과 공무원, 경찰 등 다양한 손님이 찾고 있다”며 ‘매출 증가’를 체감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뉴스1이 한국신용데이터에 의뢰해 받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일대 매출은 지난달 기준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64% 증가했다. 해당 표본은 원효로1가와 한강로1~3가 등 대통령 집무실과 가장 가까운 4개동의 외식업 매장 200개 이상의 평균 매출이다.

삼각지역 근처 제과점 직원도 “경찰이 빵을 많이 사 간다”며 “확실히 매출은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과 인접한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과거 청와대 인근에서 하던 집회·시위가 이제는 자신들의 거주지 주변에서 잇달아 열린다며 곤혹스러워했다.

대통령실 바로 건너편 삼각지와 일대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하소연이 특히 많다.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 C씨는 “1년 동안 너무 힘들었다”면서 “그동안 주말에만 집회·시위가 있었는데 요즘엔 평일에도 열려 힘들다”고 했다. C씨는 “이사까지 고민하고 있다”고도 했다.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용산경찰서 관내 집회신고 건수는 지난해 1~3월 577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1441건으로 3배 증가했다. 대통령실 인근인 삼각지역과 전쟁기념관에 신고한 집회 건수로 좁혀보면 올해만 1달 평균 180건이 넘는 집회가 이곳에서 열렸다. 하루 평균 6개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주민들은 대형 스피커를 활용한 반복적인 구호와 노랫소리에 괴로움을 호소했다. 이곳에 거주하는 또다른 주민 D씨는 “집에 있다 보면 집회에 설치한 스피커를 어떻게든 없애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고 호소했다.

경찰은 법률 개정 등으로 집회 시위 문화를 전반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18일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과도한 소음 등 시민 불편을 심각하게 초래하는 행위에 대해 “규제방안을 강구하겠다”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야간 집회시위 제한과 소음 규정 강화 등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이 신속하게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주용 기자(jykim@score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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