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대 은행 연체율 또 올랐다…’3∼5년 내 최고’ 기록 속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3년간 급증한 대출과 작년 하반기까지 이어진 금리 상승의 여파가 시차를 두고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시중은행의 연체율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은행들이 부실 대출 채권을 적극적으로 매각하며 지표 관리에 나섰지만, 연체율 급등을 막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기업대출에 이어 가계대출 연체율까지 크게 뛰어 각 은행에서 ‘3∼5년 내 최고 수준’ 기록이 잇따르고 있다.

은행권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등으로 무리하게 집이나 주식에 투자했거나, 자영업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계대출까지 끌어 쓴 사람들이 속속 상환 한계를 맞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저축은행·카드사 등 2금융권의 연체율도 치솟고 있어 올해 하반기 ‘대출 부실’이 한국 금융·경제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신규연체율·고정이하여신비율도 일제히 상승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4월 말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평균 0.304%로 집계됐다.

3월(0.272%)보다 0.032%포인트(p) 올랐을 뿐 아니라, 지난해 같은 달(0.186%)과 비교하면 0.118%p나 높은 수준이다.

대출 주체별로 나눠보면 가계(0.270%)와 기업(0.328%) 연체율은 한 달 사이 각 0.032%p, 0.034%p 올랐고 1년 새 각 0.116%p, 0.118%p 상승했다.

4월 5대 은행의 신규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부실 대출채권)비율도 일제히 올랐다. 신규 연체율은 해당월 신규 연체 발생액을 전월 말 대출잔액으로 나눈 것으로, 새로운 부실 증감 추이를 보여준다.

신규 연체율은 평균 0.082%로, 올해 3월과 작년 4월보다 각 0.008%p, 0.04%p 높아졌다. 고정이하여신 비율(0.250%)도 0.008%p, 0.016%p씩 올랐다.

일부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 ‘5년래 최고’ 찍기도

5대 은행 전체 평균 연체율은 공식 시계열 통계가 없지만, 은행별 내부 집계에 따르면 현재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 등은 이미 3∼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A 은행의 4월 가계대출 연체율(0.32%)은 2018년 4월(0.32%)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고, 가계 부문의 고정이하여신비율(0.18%)은 2021년 2월(0.19%) 이래 2년 2개월 만의 기록이다.

B 은행의 4월 기업대출 연체율(0.46%)과 가계·기업 합산 전체 연체율(0.37%)의 경우 모두 2020년 3월(0.53%·0.37%) 이후 최고치다.

C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0.28%)도 2년 8개월 전인 2020년 8월(0.30%) 다음으로 높고, D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0.27%) 역시 같은 2020년 8월(0.27%) 수준까지 다시 높아졌다.

D 은행의 가계·기업 합산 전체 연체율(0.24%), 가계 부문 고정이하여신비율(0.18%)도 각 2020년 11월(0.24%), 2020년 9월(0.20%) 이래 최고 기록이다.

“연체율, 부실채권 매각에도 빠르게 상승…금리상승·자산하락·경기침체 영향”

은행권도 예상보다 빠른 연체율 상승 속도에 다소 놀라는 분위기다. 특히 소상공인 등 중소기업에 이어 최근 가계대출 연체율 오름세가 갈수록 뚜렷해지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A 은행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의 연체율이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인데, 여기에 최근에는 가계대출 연체까지 늘고 있다”며 “자산가치 하락, 금리 상승, 경기 침체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말 부실채권 매각을 통해 연체율,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이후 다시 빠르게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B 은행 관계자도 “고금리와 경기 불황으로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율이 오르고, 금리 상승에 따른 상환 부담으로 가계대출 연체율 역시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C 은행 관계자 역시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저성장 등으로 채무 상환능력이 떨어지면서 취약 차주와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가계와 개인사업자 대출의 연체율이 최근 뚜렷하게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더구나 연체율이 하반기에 더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D 은행 관계자는 “국내 기준금리가 당분간 인하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국내 대출 특성상 변동금리 비중이 커 작년 하반기 급등한 금리에 따른 직접적 상환 부담은 올해 2분기 이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는 9월 원금·이자 유예 종료와 관련해서도 “은행들이 금융지원 종료 대비 프로그램을 많이 마련했기 때문에 유예가 끝나도 연체율이 급등하지는 않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불황 속에서 이자가 부담스러워 연체로 몰리는 업체와 개인이 어쩔 수 없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축은행 연체율 6년만에 5% 넘고 전체 2금융권도 약 7년만에 최고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부실 대출에 더 취약한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연체율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미 약 6∼7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러 ‘2금융권발 금융위기’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저축은행업계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5.1%로, 지난해 말(4.04%)보다 불과 3개월 사이 1.1%p 올랐다. 이 비율이 5%를 넘어선 것은 연말 기준으로 2018년(5.05%)이 마지막이다.

저축은행업계의 올해 1분기 연체율도 5.1%로 잠정 집계됐다. 5%를 웃도는 연체율은 2016년 말(5.83%) 이후 약 6년여만에 처음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중·저신용자 차주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기업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금융권’으로 불리는 비(非)은행 금융기관(저축은행·상호금융·보험사·여신전문금융사 등)의 기업 대출은 2019년 4분기 357조2천억원에서 작년 4분기 652조4천억원으로 82.6%나 불었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기준 2.24%로, 직전 분기(1.81%)보다 0.43%p 올라 2016년 1분기(2.44%)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고 기록을 세웠다.

업권별 연체율은 ▲ 저축은행 2.83% ▲ 상호금융 3.30% ▲ 보험사 0.15% ▲ 여신전문금융사(카드·캐피털 등) 1.01%로 집계됐다. 상호금융의 경우 2020년 1분기(3.19%) 이후 처음 작년 4분기 연체율이 3%를 넘어섰고, 여신전문금융사의 연체율도 2019년 3분기(1.16%) 이후 가장 높았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금리가 소비, 투자, 주택가격 등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데 반년에서 길게는 1년의 시차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견해”라며 “올해 상반기에는 고금리 여파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고, 하반기부터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차재희 기자(jhcha@scorep.net)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