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협 “2만여 곳 파업할 것” 주장하지만…치과의사들은 ‘싸늘’

오늘(11일) 오후,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인 면허 취소법을 저지하기 위한 두 번째 부분 파업 및 연가 투쟁이 예고된 가운데, 치과의사들 사이에서는 싸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 등 13개 단체가 뭉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오늘 오후 5시 30분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여의대로에서 지난 3일에 이어 두 번째 연가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그중 치과의사들은 이번 2차 연가 투쟁에 처음 합류하기로 밝힌 바 있다. 지난 8일 이 연대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박태근 대한치과의사협회장은 “전국의 모든 치과에서 휴진해줄 것을 공문과 함께 안내했다”며 “휴진을 강제할 순 없지만, 참여율이 대단히 높을 것으로 본다. 전체 치과의 80% 이상, 2만 곳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상당수 현직 치과의사들은 “참여율이 저조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한치과의사협회 산하 서울특별시치과의사회의 주요 관계자 A씨는 “서울의 치과 대부분이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대한치과의사협회로부터 각 지부장을 거쳐 휴진 권고 공문이 내려온 시점이 불과 이번 주”라며 “진료 예약 건을 취소하기가 현실적으로 빠듯하다. 파업에 참여하고 싶어도 못 한다”고 언급했다.

치과 개원의 다 합해도 2만 명 안 돼

게다가 박태근 대한치과의사협회장이 “치과 2만여 곳에서 파업에 동참할 것”이라고 전망한 데 대해서도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일축했다. A씨는 “전국에서 치과를 개원한 의사가 1만9000명에 못 미치는데, 2만 명 넘게 참여하려면 모든 개원의가 참여하고 대학병원급의 공직 치과의사들(교수급)이 1000명 넘게 더 참여해야 한다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말도 안 된다”며 “그나마 치과 상당수가 목요일에 휴진한다는 점, 이 때문에 진료 예약 취소에서 자유로운 치과의사들이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업 참여 인원은 최대 3000명 선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파업에 동참하기 힘들다는 치과의사들의 볼멘소리는 곳곳에서 들려온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B씨는 “치과가 하루만 문을 닫아도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데 진료일에 문을 닫아가면서까지 파업에 동참하고 싶지 않다”고 딱 잘라 말했다. 파업에 참여하기로 한 서울 서초구의 치과의사 C씨도 “파업에 참여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파업을 주도하는 분들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참여하지만 가기 싫고 귀찮다”며 “개업한 치과의사 가운데 자발적으로 파업에 참여하려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심지어 매주 목요일에 휴진해 휴진일과 파업일이 겹치는 데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치과의사도 있다. 서울 송파구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D씨는 “파업 당일(11일)은 휴진하는 날이지만 미리 잡아놓은 스케줄도 있고, 스케줄이 없더라도 굳이 파업 현장에 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치과계에 따르면 상당수 치과가 주중 ‘목요일’에 휴진하는데, 2차 부분파업 당일인 오늘(11일)이 목요일이다. 서울 강남구의 치과의사 E씨는 “목요일 휴진 때마다 골프 약속이 있다”며 “골프를 포기하고 파업에 참여할 치과의사가 과연 많을까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의료인 면허 취소법 덩달아 막으려는 셈법” 주장도

이처럼 치과의사 참여율이 저조할 것이란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치과계에서 중역을 맡은 치과의사 F씨는 “치과의사들이 보건복지의료연대에 합류한 배경을 뜯어보면 답이 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치과에서 근무하는 치위생사·간호조무사는 각 1만 명에 육박하지만, 간호사는 300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치과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극히 드물다.

F씨는 “간호법이 제정되든 제정되지 않든 치과의사들은 간호법과 별 연관성이 없다”며 “파업과 연가 투쟁은 간호법 제정안을 반대하려는 이유가 크므로 굳이 치과의사들이 문을 닫아가면서까지 파업에 동참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F씨는 “하지만 치과의사들이 반대하려는 건 간호법이 아닌, 의료인 면허 취소법”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의료인 면허 취소법의 적용 대상자인 의료인에는 의사·치과의사·간호사·한의사·조산사 등 5개 직군이다. 그중 조산사는 인원 자체가 극히 적고, 의사와 한의사의 사이는 멀고, 간호사는 간호법으로 보호받을 것이므로 결국 손을 맞잡을 의료인은 의사와 치과의사라는 것.

F씨는 “법안 반대의 목소리를 낼 때 힘이 실리려면 목소리를 내는 단체의 인원이 많아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의료인 면허 취소법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낼 때 의사와 치과의사만 연합하는 것보다, 의료인 면허 취소법과 간호법 제정안을 함께 묶어 공동 대응하면 결국 의료인 면허 취소법 반대 측의 세(勢)를 불릴 수 있다. 의사와 치과의사 측은 이 점을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결국 세력을 키운 다음, 마치 끼워팔기식으로 두 법안을 동시에 저지하려는 셈법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지난 3월 30일부터 협회 소속 회원과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간호법 및 의료인 면허 취소법 반대 서명운동’을 온라인상에서 펴고 있다.

황지운 기자(hwang.jiun@score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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