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직장 구글도 어쩔 수 없는 것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이 실적 발표를 앞두고 대규모 해고를 단행하고 있다. 구글이 주말을 앞두고 창사 이래 가장 많은 1만2000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스포티파이 역시 6% 수준인 600명을 해고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달 들어 해고된 인원만 5만명을 넘어섰다.

구글은 앞서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전 세계 근로자의 6% 이상인 1만2000명을 해고한다는 뜻을 통보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과거와 전혀 다른 현실을 직면했다”면서 “사업 우선순위를 고려해 감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번 감원은 구글이 설립된 1998년 이후 최대 규모다.

주말을 앞둔 기습 통보에, 본사에 직원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CNBC는 23일(현지시각) “해고된 직원 중 일부는 장기 근속했거나 최근에 승진했다”고 사례를 들었다.
더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해고자 가운데 연봉이 50만~100만 달러대에 있는 관리자가 일부 포함돼 있다.
고용 웹사이트 인디드(Indeed)에 따르면 미국의 빅테크 기업의 관리자 평균 연봉은 약 16만5000 달러(2억 원)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성과 평가가 고점인 이들이 상당수 포함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영진은 질의응답 자료집을 제공했지만 불만은 고조된 상태다. 직원들이 불안해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구글 본사가 해외 직원을 포함해 해고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인원을 향후 어떻게 해고할지에 대한 지침이 없어서다.

지금껏 해고 통보를 받은 직원은 브라우저인 크롬, 클라우드 사업부인 구글 클라우드,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애어리어 120 등에 소속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공지능 프로그램 관련 인력이 이번 해고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CNBC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 “일부 고성과자들이 해고 대상에 포함돼 있다”면서 “높은 인지도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해고를 당해, 동료들이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고 통보를 받은 구글 직원들은 소셜미디어인 디스코드에 채널을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노조 역시 성명을 내고 “경영진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면서 “하지만 지난 분기에만 170억달러 수익을 올린 회사의, 처분치고는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스포티파이 역시 전 세계 직원의 6%를 감축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약 9800명 가운데 대상자는 600명에 이른다.

스포티파이는 스웨덴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고 직원들의 절반 이상인 약 5400명이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다니엘 에크 스포티파이 CEO는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앞으로 몇 시간 동안 이번 정리 해고에 영향을 받는 직원들과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며 “광범위한 글로벌 사업과 광고에 대한 타격을 (이번 조치로) 잘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빅테크 기업의 해고는 사상 최고치를 찍고 있다. 해고 추적 사이트인 레이오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총 5만7550명이 해고된 것으로 집계됐다. 빅테크들은 2022년 한 해에만 15만8951명을 해고한 바 있다.

하지만 주가 급락에 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실적 발표를 앞두고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다.

이달 들어 세일즈포스 8000명, 아마존 1만8000명, 마이크로소프트 1만명, 구글 1만2000명 등 빅테크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또 스포티파이 600명, 캐피탈원 1100명, 유니티 284명, 셰어챗 500명, 패그뱅크 500명, 블랙샤크 900명 등 미국의 대표 스타트업 역시 잇단 해고를 진행 중이다.

최로엡 기자(loep@score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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