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고보조금 관리 안되나

지난 11월 제1차 ‘윤석열 퇴진 중고생 촛불집회’를 개최한 전국중고등학생대표자 학생회협의회(중고협)는 여성가족부가 서울시에 지원한 국고보조금을 이용해 활동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당시 여가부와 서울시는 “중고협이 촛불집회 주관 단체인 촛불중고생시민연대의 동아리라는 것을 언론 보도를 보고 알게 됐다”고 했었다.

28일 대통령실의 실태 점검 결과에 따르면 당시 여가부의 ‘청소년 동아리활동 지원사업’은 총 예산이 12억5000만원이었다.

여가부는 이 가운데 서울시에 2억2000만원을 배정하고, 서울시는 추가로 3억3000만원을 부담해 5억5000만원을 편성했다.

이 보조금은 1차로 A청소년회를 거쳐 2차로 그 산하의 B청소년센터에 지급됐다.

집행을 맡은 B청소년센터는 5억5000만원의 보조금을 총 440개 동아리에 125만원씩 나눠줬다.

이때 지원받은 5개 동아리가 중고협 소속으로 여가부와 서울시에서 모두 625만원 보조금을 챙긴 셈이다.

하지만 부처 국고보조금을 관리하는 ‘e나라도움’의 경우 1차 지급기관인 A청소년회까지만 시스템 조회가 가능한 구조다.

2차 지급된 B청소년센터나 3차로 지급된 중고협은 관리 대상이 아니었다.

중고협이 국고보조금을 활용해 정권 퇴진 운동을 했는데도 보조금 용처를 알 수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가부, 서울시 공동 예산으로 중고생 촛불 시위가 벌어진 것을 보고 보조금이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며 “2020년 정의기억연대 논란에서 보듯 정부 지원금의 회계 투명성이 높아져야 한다”고 했다.

최근 수년간 비영리단체 보조금 사업은 부정 수급이나 목적 외 사용 등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행정안전부와 경기도, 안산시가 공동으로 2017년부터 6년간 110억원을 지원한 세월호 피해지원사업의 경우 그 취지와 상관없이 북한 김정은 신년사 학습, 김일성 항일 투쟁 세미나 등에 사용되기도 했다.

세월호 유족이 아닌 별도의 소규모 단체에서 사업비를 전국 관광지나 펜션 여행 등에 사용한 사례도 적발됐다.

한 시민단체는 2018년과 2019년 지역일자리창출 사업을 한다며 보조금을 받은 후 허위 출석부를 작성해 2억원을 부정 수급한 혐의로 재판 중이다.

그런데도 2020년 대통령표창을 받았다고 한다. 한 청소년 센터는 상담 참가 인력을 부풀려 인건비를 과다 수급하고 허위로 용역비를 지급한 것이 적발돼 총 지원비 48억원 중 8억9000만원이 환수됐다.

한 장애인 단체의 경우 전국 장애인 정보화경진대회를 개최하며 허위로 인력을 등재하거나 2019년 대구 지역 예선을 하지 않았으면서 대회를 개최한 것으로 해 보조금을 편취했다.

지방의 한 이주여성인권센터는 내부 직원에 강사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부정 수급했다.

영화제 지원 사업에서 개인 통장으로 보조금을 지급받아 사용하거나 트로피 제작 비용을 과다 계상해 4300만원이 전액 환수된 사례도 있었다.

한 스포츠 협회는 대회 개최 시 선결제한 숙박비 200만원을 무단으로 돌려받아 태블릿PC를 구입하거나 사적 사용한 것이 적발됐다.

대통령실은 “보조금을 사업자 계좌로 선지급한 후 사후 증빙은 전산 입력이 되지 않고 수기로 관리하는 실정이라 부정 소지가 크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중고협 사례처럼 상위 사업자가 아닌 2, 3차 하위 사업자의 경우에도 관리될 수 있도록 ‘온라인 관리 시스템’을 내년 말까지 구축하기로 했다.

각 부처는 내년 3월까지 보조금에 대한 전면적인 자체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은 “감사를 통해 지원단체 선정 과정이 객관적 기준에 따랐는지, 회계 기준에 맞게 처리했는지 등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고 했다.

감사 결과 문제가 있는 사업은 정비키로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감사에서 공무원의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는지도 조사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주용 기자(jykim@scorep.net)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