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선 “尹지지 올해 최고” 저기선 “1%p 하락”…비밀 있었다

지난 22일 발표된 리얼미터·미디어트리뷴 여론조사(5월 15~19일)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9.0%로 전주보다 2.2%포인트 올랐다. 국민의힘 지지율 역시 전주보다 2.2%포인트 상승한 38.5%였다. 반면 같은 날 발표된 ‘여론조사 꽃’의 조사(5월 19~20일)에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각각 35.6%, 36.1%로 전주보다 3.4%포인트, 3.8%포인트 각각 떨어졌다. 조사 기간이 비슷할 뿐 아니라 똑같은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조사했는데도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이다.

내년 4·10 총선이 10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처럼 결과가 뒤죽박죽인 여론조사가 잇따르고 있다. 여론조사는 표본·문항 등 세부 내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측정오차가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최근 상황은 여론조사가 외려 여론을 호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28일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이하 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업체는 89개다. 2017년 5월 선거 여론조사업체 등록제를 시행할 당시 27개였던 업체가 6년 사이 3.3배로 늘어난 것이다. 해외와 비교해도 2021년 기준 프랑스(13곳), 일본(20곳)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숫자가 많다.

업체가 많다 보니 여론조사도 남발되고 있다. 지난 21대 총선 기간(2018년 6월~2020년 4월)에는 53개 업체가 1589건의 여론조사를 등록·공표했다. 여론조사업체 인사는 “내년 총선에도 2000건에 육박하는 여론조사가 발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부실 업체 난립

여심위는 지난 16일 여론조사업체 등록 요건을 강화하는 잠정 개선안을 발표했다. 현재 ‘1명 이상’인 분석전문인력을 ‘3명 이상’으로 늘리고, 조사별 응답률을 공시해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안이다. 여론조사 관련 범죄로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아 등록이 취소되면 재등록 제한 기간을 현행 1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내용도 포함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달 말 개선책을 최종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심위의 대안을 미봉책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익명을 원한 업체 관계자는 “정치색을 띤 인사가 영세한 업체를 설립한 뒤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편향된 조사를 하는 경우가 적잖다”며 “여심위가 과연 이걸 제대로 거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해 논란이 된 N사다. 이 회사 대표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다. 반대로 건실한 업체는 시장을 떠나는 경우도 있다. 2017년 설립된 외국계 칸타코리아는 지난해 10월 여심위 등록이 취소됐다. 업계 인사는 “마케팅 분야의 글로벌 강자인 칸타코리아가 의욕을 갖고 정치 조사 시장에도 진출했지만, 소규모 업체가 난립해 레드오션이라고 판단하고 시장을 떠난 것”이라며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1384건 중 고발은 1건

부실 조사를 막기 위해선 여심위 역할이 중요하지만 여심위의 인력과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심위 직원은 총 55명(중앙·지방 포함)으로 한 해 예산은 3억원 수준이다. 그마저도 불법 조사 단속은 직원 4명(중앙선관위 소속 기준)이 떠맡고 있다. 21대 총선 여론조사가 1589개였던 걸 고려하면 직원 1명당 397개 여론조사를 감시하는 셈이다. 여심위는 별도 모니터링 요원 20명도 있지만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적 의도가 짙은 조사 문항을 담아도, 여심위가 세세하게 짚기는 쉽지 않은 구조”라며 “업계에서도 ‘심한 불법만 피해 가면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대선 여론조사 1384건 중 고발 조치는 단 1건(0.7%)에 불과했다. 전직 여심위원은 “조사 결과값을 조작하는 아주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법적 조치를 하기 어렵다”며 “불법 행위로 등록 취소가 되더라도 징벌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해도해도 너무한 응답률

지나치게 낮은 응답률은 여론조사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2016년 20대 총선과 2020년 21대 총선 여론조사의 평균 응답률은 각각 8.8%와 9.3%에 그쳤다. 응답률 10% 미만 여론조사는 64.9%에서 66.4%로 외려 늘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응답률이 떨어진다는 건 너무 많은 여론조사가 실시되면서 다수의 유권자가 조사를 회피한다는 의미”라며 “정치에 관심이 많은 시민만 응답해 편향된 조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같은 우려는 일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2일 발표된 리얼미터와 꽃 조사의 응답률은 각각 3.2%와 2.5%였다. 리얼미터 조사엔 보수층 응답자(27.8%)가 진보층 응답자(22.3%)보다 많았다. 반면 꽃은 진보층(26.4%)이 보수층(20.5%)보다 많았다.

이러한 부작용에도 선관위는 “응답률을 기준으로 공표를 제한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한 일정 응답률 미만 여론조사 공표 금지 법안에도 반대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 여심위원은 “여심위원 사이에선 ‘차라리 여론조사에 든 비용을 공개해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유권자가 알게 하는 건 어떠냐’는 아이디어까지 나올 정도”라며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으면 22대 총선에서도 유권자가 왜곡된 정보를 얻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중석 기자(ston@score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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